신동빈 회장 “ESG 요소는 비전·전략 수립 시 반드시 고려”... 2015년부터 사장단 평가에 ESG 반영
[사진제공=롯데물산] 서울 롯데월드타워
[더파워=김소미 기자]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딴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인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다. 기업의 재무적 성과만을 중요하게 여겼던 과거와는 달리 과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와야 하는데 최근 들어 ESG는 중요한 투자 지표 중 하나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2020년 상장기업 ESG 평가 및 등급에 따르면 국내 상장회사 908곳 중 A(우수)등급 이상을 받은 대기업집단은 10곳이었다. 더파워뉴스가 이들 대기업의 ESG 경영 전략을 소개한다.
대기업집단 10곳 중 유일하게 지주사 ‘우수 등급’ 못 받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비재무적 성과인 ESG를 사장단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일찍이 공표한 바 있다. 2016년부터는 환경, 공정거래, 사회공헌, 동반성장, 인재고용과 기업문화, 컴플라이언스, 안전 분야 등 비재무적 항목을 임원 인사평가에 반영 중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11월 예정보다 일찍 단행한 2021년 인사를 통해 외부 인사 및 나이가 어린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하는 등 구조 혁신에 나섰다. 올 초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그는 “ESG 요소는 비전과 전략을 수립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사회적 가치는 기업 생존과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사항”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KCGS의 2020년 ESG 평가에서 롯데그룹은 7개 계열사(롯데푸드·롯데정밀화학·롯데케미칼·롯데쇼핑·롯데하이마트·롯데제과·롯데정보통신)가 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 중 롯데정밀화학과 롯데쇼핑은 각각 환경 A, 사회 A+, 지배구조 A 등급을 받으며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냈다.
다만 지주사인 롯데지주는 더파워뉴스가 소개하는 대기업집단 10개 중 유일하게 통합 B+등급을 받으며 우수등급 안에 들지 못했다.
비상장사인 호텔롯데는 지주사인 롯데지주, 핵심계열사인 롯데쇼핑 등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호텔롯데 지분 약 99%는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회사가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런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롯데쇼핑,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실적 개선…無라벨 페트병 등 통해 환경경영 강화
지난해 초, 오프라인 사양화로 인해 3~5년 내 총 점포 중 30%를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롯데쇼핑은 지금까지 마트·백화점 등 144개 지점을 폐쇄했다. 구조조정과 더불어 사업부 개편도 이어졌는데 실적이 낮은 H&B스토어 롭스를 롯데마트에 흡수시키고 롯데몰 사업을 롯데쇼핑에 포함시켰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에게 희망퇴직도 받았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구조조정을 통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반등한 롯데쇼핑은 본격적인 ESG 경영에 나서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2020년 건물에너지 진단정보 DB구축 사업’에 참여해 본격적으로 환경경영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 사업에는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마트, 슈퍼 등 총 31개 사업장이 참여했다.
건물에너지 진단정보 DB구축 사업은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전국 노후화 건축물을 진단하고 진단 결과로 구축 및 활용함으로써 국내 에너지산업 활성화를 지원한다. 롯데쇼핑은 이 사업을 통해 15년 이상 된 전국 노후 점포의 에너지 이용 흐름을 파악하고 손실 요인을 발굴해 에너지 효율 향상과 에너지 비용 절감을 위한 개선포인트를 도출해 냈다.
롯데쇼핑 측은 “에너지 전문가의 컨설팅을 통해 선도적 에너지 성능 개선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롯데마트도 최근 무라벨 PB(자체 브랜드 상품)생수를 출시하며 환경경영에 동참하고 있다. ‘초이스엘 세이브워터 ECO’는 생수 용기에 부착된 라벨을 없애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고 분리수거 과정에서 번거로움을 없애 재활용 효율을 높인 무라벨 PB 생수다.
롯데마트는 올 상반기 내 PB생수 전 품목을 무라벨 생수로 전환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연간 약 2만1800kg의 폐기물을 절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 스페셜티 케미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친환경 사업 강화
1964년 설립된 롯데정밀화학은 일반화학 사업에서 출발해 의약용 캡슐원료 애니코트, 건축용 기능성첨가제 메셀롤스 등 정밀화학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특히 롯데정밀화학은 기술력 기반의 글로벌 스페셜티 케미칼(특수화합물)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관련 사업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동박·전지박 제조사인 두산솔루스 지분 인수를 위해 사모투자합자회사에 2900억원을 출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그린소재인 셀룰로스를 원료로 하는 제품에 총 1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올 상반기 내 1150억원 규모의 메셀로스 공장 증설, 239억원 규모의 애니코트 공장 증설이 완료될 예정이다. 또 오는 2022년 상반기에는 370억원 규모의 식의약용 제품 추가 증설도 끝낼 계획이다.
친환경 촉매제 요소수 브랜드 유록스의 개발 및 판매도 확장하고 있다. 요소수는 배기가스의 미세먼지 원인 물질 중 하나인 질소산화물을 제거해 대기 환경 개선에 큰 도움을 준다.
롯데정밀화학은 사업장 내 사용하고 있는 유해화학물질과 관련해 입고부터 폐기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TRI)를 통해 매년 사용량을 저감시키고 있다. 또 하수처리장에 메탄올 대체용으로 유기부산물을 전량 공급하고 있으며 공정에서 발생되는 폐산은 중화약품으로 다시 사용 중이다.
또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라는 자체적인 준법경영 프로세스를 구축해 잠재적 위험을 방지하고 준법실천 도모를 도와주며 임직원의 준법 생활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다문화 리틀야구단 스윙스 후원, 주거환경개선 러브하우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부 등 사회공헌 활동도 펼치고 있다.
롯데그룹이 2030년까지 친환경 사업 매출 6조원 달성 및 탄소중립 성장추진 등을 골자로 하는 친환경 전략과 목표를 발표함에 따라 롯데정밀화학을 비롯한 롯데그룹 화학BU(부문) 주요 회사들은 친환경사업강화, 자원선순환 확대, 기후위기 대응, 그린생태계 조성 등 4대 핵심과제에 약 5조20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