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임한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파워=김필주 기자]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를 창업한 조만호 대표가 최근 남성 고객에게만 지급하지 않았던 쿠폰 사태와 남혐 이미지 사용 포스터 논란 등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
3일 조 대표는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특정 고객 대상 쿠폰 발행과 최근에 있었던 이벤트 이미지 논란으로 무신사에 실망한 고객분들과 피해를 본 입점 브랜드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면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통감하며 20년 전 처음 무신사를 만든 이후 지금까지 유지해 온 운영자와 대표의 자리를 내려놓는다”며 사임을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무신사에 전체 조직의 관리 및 사업 전반을 관장하는 등 더 뛰어난 역량을 가진 새로운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다”며 “저는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나지만 여러분들께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가져왔던 ‘입점 브랜드의 성공을 돕고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드린다’라는 목표를 잊지 않고 서비스를 이어가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 대표는 향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무신사 대표로서 제 개인의 임무는 여기서 마치고 회사와 관련된 업무는 모두 내려놓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 높은 신생 브랜드를 발굴하고 한국 패션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서 저의 역할을 찾아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날 조 대표는 임직원의 노고를 치하하고자 1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임직원에게 제공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조 대표는 “지금까지 저를 믿고 무신사를 함께 만들어 온 본사 임직원 여러분과 무신사와 뜻을 함께하기로 한 관계사 구성원 그리고 근시일 내 합류할 분들께 제 개인 주식 중 1000억원 상당을 나누고자 한다”고 약속했다.
무신사에 따르면 조 대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향후 이사회 의장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특히 주로 해외 사업을 포함한 회사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한국 패션 브랜드의 성장을 위한 지원 활동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한 조 대표는 개인 지분 일부를 매각해 약 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해 이를 무신사의 투자 자회사인 무신사 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패션 펀드에 출자할 예정이다. 해당 펀드는 소규모 신생 브랜드를 중심으로 투자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패션인터넷 커뮤니티 ‘무신사닷컴’으로 시작한 무신사는 이후 길거리 패션 및 유행 등을 소개하는 ‘무신사 매거진’을 발행한 데 이어 2009년에는 프리미엄 스토어 무신사 스토어를 설립했다.
2011년 입점 브랜드 100개를 돌파한 무신사는 2013년 거래액 100억원을 돌파한 뒤 2015년 연간 총 거래액 1000억원을 넘어섰다. 2018년에는 거래액이 4500억원까지 증가했고 2019년에는 유니콘 기업으로까지 선정됐다.
무신사의 지난해 거래액 규모는 1조2000억원대로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 타이틀까지 획득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초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남성들에게도 우신사(무신사의 여성 전용 패션 플랫폼) 쿠폰을 달라고 항의 댓글을 달았다가 60일 이용 정지를 당했다”고 주장한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가 문제 삼았던 쿠폰은 여성 회원에게만 매달 3장까지 발급되는 쿠폰이지만 일부 남녀공용 제품에도 사용할 수 있었다.
해당 글이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퍼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조 대표는 무신사 홈페이지 및 SNS 등에 “논란으로 실망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이어 지난 5월 초에는 한 카드회사와의 컬래버레이션 이벤트 포스터에 남성혐오 사이트 ‘메갈리아’ 로고와 유사한 손모양을 사용하면서 남혐 논란이 불붙기 시작했다.
당시 무신사는 “이벤트를 정확히 알리고자 하는 것 이외에 어떤 다른 의도도 없었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