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최병수 기자] 원자재 등의 수입 가격 상승으로 지난 8월 상품수지 적자가 약 45억달러에 이르면서, 이를 포함한 전체 경상수지도 4개월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무역수지에 이어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면서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기초 체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동시에 적자인 ‘쌍둥이 적자’도 현실화됐다.
한은이 7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30억5천만달러(약 4조3천36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경상수지란 국가 간 상품, 서비스의 수출입과 함께 자본, 노동 등 모든 경제적 거래를 합산한 통계다. 크게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발표에 따르면 작년 같은 달(74억4천만달러 흑자)보다 104억9천만달러나 감소했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2020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다가 4월 수입 급증과 해외 배당이 겹치면서 적자를 냈고, 5월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넉 달 만에 다시 흑자 기조가 깨졌다.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비중이 큰 상품수지의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월 상품수지는 44억5000만달러 적자로, 1년 전과 비교해 104억8000만달러 줄었다. 상품수지는 수출과 수입의 격차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무역수지와 연동되는데, 8월 수입이 수출을 크게 웃돌면서 상품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수출(572억8천만달러)이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7.7%(41억달러) 늘었지만, 수입(617억3천만달러) 증가 폭(30.9%·145억8천만달러)이 수출의 약 네 배에 이르렀다.
특히 8월 통관 기준으로 원자재 수입액이 작년 같은 달보다 36.1% 늘었다. 원자재 중 석탄, 가스, 원유의 수입액(통관기준) 증가율은 각 132.3%, 117.1%, 73.5%에 이르렀다.
반도체(25.4%) 등 자본재 수입도 16.4% 늘었고, 승용차(54.7%)와 곡물(35.9%)을 비롯한 소비재 수입도 28.2% 증가했다.
서비스수지도 작년 8월(8억4천만달러 흑자)보다 16억2천만달러 줄어 7억7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운송수지는 흑자(12억3천만달러) 기조를 유지했지만 작년 8월(13억4천만달러)보다는 흑자 규모가 1억1천만달러 줄었다. 8월 선박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년 전보다 19.4%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사용료 수지는 1년 새 2억8천만달러 흑자에서 12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국내 대기업의 특허권 사용료 지급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코로나19 관련 방역이 완화되면서 여행수지 적자 폭도 6억1천만달러에서 9억7천만달러로 3억6천만달러 커졌다.
임금·배당·이자 흐름을 반영한 본원소득수지는 22억4000만달러 흑자로 나타났다. 흑자폭은 전년 동월 대비 16억달러 늘었다. 이 가운데 배당소득수지는 전년 동월 대비 13억8000만달러 증가한 13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전소득수지는 7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이전소득수지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에 대가 없이 주고받은 무상원조, 증여성 송금 등의 차이를 의미한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은 6억1000만달러 감소했다. 직접투자에서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36억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18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6억1000만달러 늘면서 2020년 4월 이후 2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도 25억9000만달러 늘었다.
한은은 경상수지 흐름에 대해 "8월 경상수지는 이례적으로 컸던 무역수지 적자(-94억9천만달러)의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했다"며 "하지만 9월 들어 무역적자(-37억7천만달러)가 크게 축소된 만큼 9월 경상수지는 흑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