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진옥동 신한은행장(앞줄 왼쪽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임동순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더파워=최병수 기자] 최근 잇따라 발생한 주요 은행 직원들의 거액 횡령 사고에 대해 시중은행 은행장들이 고개를 숙였다.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11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은행장들은 시중은행장들은 횡령 등 금융사고에 대해 “내부통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변명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국감에는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이재근 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일제히 증인으로 출석했다. 농협은행에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권준학 행장 대신 임동순 수석부행장이 나왔다.
양정숙 의원은 이들을 향해 "서민은 쥐꼬리만 한 이자 받으려고 예·적금 들고 있는데 은행에서는 성과급 잔치로 부족해서 횡령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 의원은 "횡령사고 일지 자료를 보면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사고가 발생했고 하나은행이나 단위 농협에서도 6년 연속, 신한 5년 연속, 국민은행도 3회 이상 발생했다"면서 "금융사의 횡령사고를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원덕 행장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소비자와 고객 이익,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경영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금융사고 당시 작동하지 않았던 내부통제 시스템의 개선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소 의원은 “내부통제시스템이 효과가 있으면 금융사고가 날 리가 없다”며 “지금의 내부통제시스템으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내부통제 얘기 계속 나오고 이게 의식의 문제라고 하는데 의식의 문제 근저에는 실적 최고주의라는 문화 문제가 있다"면서 "최고경영자가 실적을 최고로 내야겠다는 의식 때문에 매출 늘리고 비용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중 은행장들은 내부통제제도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자 일제히 “유감스럽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임동순 NH농협은행 수석 부행장은 “횡령사고 등으로 심려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 현장 점검을 2배 정도 늘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금융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게 직업윤리”라며 “내부교육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자(CEO)의 의식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 행장은 “일벌백계의 자세로 (내부통제가 되는) 분위기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횡령사고 관련해 심려 끼쳐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18건의 횡령 중 15건을 자체 적발했고 회수율이 60%가 넘어 은행 평균보다는 나름 최대한 회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사고 건수도 지속 감소하고 있다. 앞으로 관심 가지고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실질적으로 예방이 가장 중요한 거 같다"면서 "사고가 많이 나는 지점이나 직원에 대해서는 실시간 시스템 구축해 거래 완료 이전에 체크한다든지 가동하고 있지만 시스템이 좋다 하더라도 개인이 고의로 작정하고 일탈하면 시스템이 완벽하게 커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직원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보도 중점을 두고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장들을 향해서는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이 낮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에 대한 대안을 내놓으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이에 은행장들은 고금리 시기에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별로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과 관련한) 기준에 차이가 있다"라며 "은행업권과 잘 상의해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