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국세청이 GS건설 최고위 경영층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 6월부터 고강도 세무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 법조계 전문지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GS건설의 오너 또는 대표이사가 해외 사업 수수료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수백억 원을 가로챈 정황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조사4국은 기획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부서로 '국세청의 중수부'라 불린다.
매체에 따르면 조사4국은 GS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건설한 '라빅2 프로젝트'와 관련해 설계 변경 과정과 수수료 지급이 투명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라빅'은 아람코와 스미토모 화학이 32억달러를 들여 사우디 홍해연안에 건설하는 초대형 종합석유화학단지로 공사 규모만 18억달러(약 2조740억원)에 달한다.
GS건설은 2018년 라빅 프로젝트의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컨설팅 회사 앱솔루트를 통해 발주처의 설계 변경 협상을 추진했는데, 보통 협상에 대표와 영업 담당 임원·실무직원이 동행하는 것과는 달리 앱솔루트와의 협상은 임병용 대표이사 단독으로 추진했다. 국세청은 임 대표가 단독으로 협상을 추진한 부분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또 앱솔루트에 지급한 수수료율이 통상의 경우보다 20배가량 부풀려진 것도 국세청이 유심히 들여다보는 부분이다. 2009~2022년 GS건설이 진행한 프로젝트들의 설계변경 컨설팅의 수수료율은 0.8% 미만이었는데 반해 앱솔루트와 협상 이후 계약변경총액은 1억 3000만 달러(한화 1740억 3100만 원), 수수료는 2400만 달러(321억 2880만 원)로 책정됐다. 2400만 달러는 설계변경액의 18% 수준이다.
매체는 몇 개의 회사를 거쳐 추적을 어렵게 한 수수료 지급 방식도 언급했다. GS건설이 만든 사우디 현장 시공법인 GS CA라는 현지법인에서 아랍에미리트 GS 시공법인 GS CME로 2400만 달러가 차입됐고 GS CME가 앱솔루트 법인으로 2400만 달러를 다시 차입했다. 앱솔루트가 차입해간 2400만 달러는 1년 뒤 GS건설 본사가 GS CME 대신 상환해줬다는 것이 매체의 설명이다.
국세청은 컨설팅 비용이라는 단일 계정으로 평균보다 거액이 지급되면 내부의 의심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복잡한 차입구조를 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GS건설 측은 매체에서 보도한 내용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일단) 라빅 현장이 아니고 설계 변경 금액도 다르다"며 "컨설팅 업체인 앱솔루트와의 협상도 실무 담당자들이 진행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수료율의 경우 설계변경 금액 대비 1.2%라 통상적인 수수료라고 생각한다"며 "앱솔루트에 2400만 달러를 준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차입금으로 준 것"이라고 했다.
관계자는 "현재 정기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건 맞지만 비자금 조성 혐의와 관련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