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1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내 공급 물가도 넉 달째 오름세를 보이며, 향후 소비자물가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2월(119.52)보다 0.6% 상승한 120.18(2020년 수준 10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1월(0.1%) 이후 석 달 연속 상승한 것이며, 2023년 8월(0.8%)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1.7% 상승하며 18개월째 오름세를 유지했다.
전월 대비 등락률을 품목별로 보면, 농림수산품은 4.0% 상승했다. 이는 농산물(7.9%)과 수산물(1.4%)의 출하 물량 감소에 따른 것이다. 공산품도 0.6% 올랐는데, 국제 유가 등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석탄및석유제품(4.0%)과 1차금속제품(1.2%) 등의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 분야에서는 하수처리(2.8%)가 올랐지만, 산업용도시가스(-2.5%) 등의 가격이 하락해 전월 대비 보합을 기록했다. 서비스업은 정보통신및방송서비스(0.7%)와 사업지원서비스(1.1%) 등을 중심으로 0.4% 상승했다.
세부 품목 중에서는 딸기(57.7%), 감귤(26.5%), 물오징어(8.4%), 멸치(13.9%), 원두커피(8.4%), 경유(7.7%), 휘발유(5.6%), 부타디엔(9.3%), 휴양콘도(18.0%) 등의 상승폭이 컸다. 반면, 돼지고기(-5.0%)와 원화수입수수료(-22.4%) 등은 하락했다.
이문희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국제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석탄및석유제품 등 공산품 가격이 상승하고 농림수산품과 서비스 가격도 오르면서 생산자물가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생산자물가의 흐름과 관련해서는 "2월 들어 국제 유가와 환율이 전월 평균보다 다소 하락했지만, 월말까지의 변동성이 있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며 "국내외 경기 동향 및 공공요금 조정 여부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수입품을 포함한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 원재료(0.7%), 중간재(0.5%), 최종재(0.6%)가 모두 상승하며 국내 공급물가도 넉 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0.7%) 상승률은 지난해 4월(1.0%)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국내 출하에 수출품까지 더한 1월 총산출물가지수 역시 0.7% 상승했다. 공산품(0.8%)과 서비스(0.4%)가 상승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생산자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문희 팀장은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상승은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를 통해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수 있으나, 반영 시기와 정도는 기업의 가격 정책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비재의 경우 유통 단계에서의 마진이나 할인 요인이 작용할 수 있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국제 유가까지 상승하면서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 한국은행은 "2월 들어 국제 유가와 환율이 소폭 하락했지만, 국내 경기 동향과 공공요금 조정 여부 등의 불확실성이 있어 추가적인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