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증가하며 9년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합계출산율 또한 0.72명에서 0.75명으로 소폭 오르면서 ‘0.7명대’ 최저치에서 간신히 벗어났으나,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8300명(3.6%) 늘어난 23만8300명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2015년 이후 8년 연속 이어져온 출생아 급감 추세가 멈췄다.
출생아가 늘면서 합계출산율도 전년(0.72명) 대비 0.03명 상승한 0.75명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 이후 매년 하락해 2023년 0.72명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들어 9년 만에 반등했다.
출생아 수와 함께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조출생률도 지난해 4.7명으로 전년(4.5명)보다 0.2명 증가했다. 2015년 8.6명이었던 조출생률은 꾸준히 하락해오다 지난해 다시 오름세로 전환했다.
통계청은 이번 출생아 수 증가의 배경으로 30대 초반 여성 인구가 늘어난 점과 코로나19로 지연됐던 혼인이 회복된 점을 꼽았다. 실제로 지난해 혼인 건수는 22만2422건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23만9159건)에 육박할 만큼 증가했다.
출생 순위별로 보면 지난해 첫째아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7700명(5.6%) 증가한 14만6100명으로 집계됐다. 둘째아는 7만5900명(2.1%↑), 셋째아 이상은 1만6300명(6.8%↓)으로 첫째아의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첫째아 비중도 61.3%로 2년 연속 60%대를 유지했다.
모(母) 연령별 출산율을 보면 30대 초반이 70.4명으로 가장 높았고, 30대 후반(46.0명)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30대 초반(3.7명↑)과 30대 후반(3.0명↑)에서 출산율이 증가세를 보였다. 한편,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율은 35.9%로 1987년 이후 처음 줄어들었다.
이번 출산율 반등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2년 기준 OECD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51명으로, 한국(0.75명)의 두 배 수준이다. 일본도 저출산이 심각하지만 같은 해 1.26명을 기록해 한국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높았다.
인구 자연감소 추세는 5년째 이어졌다. 지난해 사망자 수가 35만8400명으로 출생아 수(23만8300명)를 약 12만 명 웃돌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구 자연증가율(인구 1000명당)은 -2.4명으로 전년과 동일한 ‘마이너스’ 수준을 유지했다.
박현정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코로나19 시기에 미뤄졌던 혼인이 늘어난 것과 30대 초반 여성 인구가 일시적으로 많아진 영향이 크다”면서도 “결혼·자녀에 대한 인식도 과거보다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