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제품이 뇌 속 미세플라스틱 축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전문가들이 간단한 생활습관 변화로 노출을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3월 4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캐나다 연구진은 병에 든 생수를 필터를 거친 수돗물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연간 미세플라스틱 섭취량을 약 9만개에서 4천개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뇌 속에 최대 7g의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후 나왔다. 이는 작은 숟가락 하나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플라스틱 양과 맞먹는다.
특히, 미국 연구진은 치매를 앓고 있던 환자의 뇌 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이 3~5배 더 많이 발견되었다고 보고했다. 연구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2마이크로미터(0.002mm) 크기까지 작으며, 식품, 물, 공기 중에서 유입될 수 있다.
토론토대학교 내과 전문의 브랜든 루 박사는 "병 생수는 미세플라스틱 노출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수돗물로 전환하면 노출량을 90% 가까이 줄일 수 있다"며 "이는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티백 사용과 음식 가열 방식도 미세플라스틱 섭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루 박사는 "특히 전자레인지에서 플라스틱 용기에 음식을 가열하면 다량의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이 방출될 수 있다"며, "음식 저장과 가열 시 플라스틱 대신 유리나 스테인리스 스틸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Brain Medicine에 게재됐으며, 이에 앞서 발표된 Nature Medicine 연구에서는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사망한 52명의 뇌 조직을 분석한 결과, 2024년에 사망한 사람들의 뇌에서 2016년 대비 50% 더 높은 수준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는 환경 오염이 심화됨에 따라 인체 내 미세플라스틱 농도도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진=챗GPT생성이미지
뉴멕시코대학교 연구진은 치매 환자의 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더 높은 농도로 검출됐으나, 이것이 직접적인 뇌 건강 손상을 유발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두 요인 간의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타와대학교 정신의학 전문가 니콜라스 파비아노 박사는 "불과 8년 만에 뇌 속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이는 환경 내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급격히 증가한 것과 맞물려 있다"고 경고했다.
미세플라스틱이 뇌에 도달하려면 혈액-뇌 장벽을 통과해야 한다. 이 장벽은 유해 물질이 뇌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은 이를 뚫고 뇌에 침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건강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과학자들은 그 위험성을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한 개의 플라스틱 티백에서 수십억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방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은 장(腸)뿐만 아니라 정액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미국 메이오클리닉에 따르면, 치매는 기억력, 사고력, 사회적 행동 등에 영향을 미치는 증상의 집합체이며, 가장 흔한 형태가 알츠하이머병이다. 치매 환자는 기억력 저하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문제, 공간 인식 장애, 혼란, 행동 변화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으로 5500만명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올해만 해도 미국에서 50만명이 새롭게 진단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치매 예방과 치료는 건강한 생활 습관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며, 이번 연구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가 새로운 예방 전략으로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