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75년 만에 상속세 개편… 유산취득세 도입

정부가 75년 만에 상속세 과세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상속세 부과 방식을 기존의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상속세 부담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상속인의 수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지는 구조로 바뀐다.

기획재정부는 12일 유산취득세 도입을 골자로 한 상속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행 상속세는 사망자의 전체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세’ 방식이지만, 개편안은 상속인이 실제 받은 재산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재부는 “유산취득세는 상속인들이 받은 재산에 따라 세금이 결정되기 때문에 과세 형평성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상속세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20개국이 유산취득세를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편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자녀공제 한도를 1인당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일괄공제(5억 원)와 자녀공제(1인당 5,000만 원) 중 큰 금액이 적용되었지만, 개편안에서는 자녀공제 금액이 크게 늘어나 다자녀 가구일수록 상속세 부담이 더욱 줄어든다.

배우자 공제도 조정된다. 기존에는 배우자가 생존해 있으면 최소 5억 원을 공제받았으나, 개편안에서는 배우자가 상속받는 경우 10억 원까지 전액 공제되며,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상속받는 경우 최대 30억 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30억 원의 재산을 배우자와 두 자녀에게 각각 10억 원씩 상속하는 경우 현행 방식에서는 총 4억 4,000만 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개편안이 적용되면 배우자는 10억 원 공제를 받아 세금을 내지 않으며, 두 자녀도 각각 5억 원의 공제를 받아 총 세금 부담이 1억 8,000만 원으로 줄어든다. 이는 기존보다 약 60% 절세 효과를 가져오는 셈이다.

또한, 15억 원의 상속재산을 자녀 3명이 나눠 받을 경우, 현행 방식에서는 2억 4,000만 원의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개편안이 적용되면 각 자녀가 5억 원의 공제를 받아 세금 부담이 ‘0’원이 된다.

정부는 개편안 시행으로 상속세 과세 대상 비율이 현재의 6.8%에서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연간 2조 원 규모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조세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한 보완책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는 5월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 2028년부터 유산취득세를 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야 모두 상속세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자녀공제 확대나 배우자 공제 조정 등에 대해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은 자녀공제 확대에 대해 부유층에 유리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어 향후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조정”이라며 “최고 세율(50%) 인하와 가업 상속 확대 등 추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별도의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