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따르면 한 부회장은 지난 주말 휴식 중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27일이다.
1962년생인 고(故) 한종희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TV 개발을 상징하는 인물로, TV 사업 부문에서만 약 30년간 근무하며 세계 시장 1위 위상을 견인한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천안고와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8년 삼성전자 영상사업부 개발팀에 입사한 이후 LCD TV 랩장, 개발그룹장, 상품개발팀장 등 핵심 보직을 거쳐 2017년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에 올랐다.
고인은 브라운관 TV 시절부터 LCD, 3D, QLED 등 모든 기술 세대에 걸쳐 제품 개발을 주도하며 삼성전자가 2006년부터 19년 연속 세계 TV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2021년 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한 부회장은 TV뿐만 아니라 생활가전, 스마트폰 등을 아우르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을 맡아 삼성전자 세트사업의 총괄 리더로 활약했다. 2022년부터는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선임돼 전사 위기 대응과 미래 전략 수립을 이끌었다.
고인은 기술 기반의 경영 전략을 중시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올해 초 열린 'CES 2025'에서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홈 AI' 비전을 발표하며, AI 기술을 중심으로 한 전자산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제품 간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알아서 잘, 깔끔하고 센스 있게 맞춰주는 ‘홈 AI’를 구현하겠다”고 강조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19일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 부회장은 “기술경쟁력 회복이 주가 회복의 열쇠”라며 “올해 반드시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견조한 실적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총 직후에는 곧바로 중국 출장에 나서, 현지 최대 가전 전시회 ‘AWE 2025’를 찾아 거래선과 미팅을 갖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최근까지 생활가전(DA)사업부장 역할도 병행했으며, 오는 26일 열릴 신제품 공개 행사 ‘웰컴 투 비스포크 AI’에서 직접 기조연설을 맡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별세로 행사는 큰 충격 속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지난 37년간 회사에 헌신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은 TV 사업의 글로벌 1등을 이끌었으며,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세트 부문장과 DA사업부장으로서 최선을 다해왔다”고 추모했다.
한 부회장은 2022년부터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회장을 맡아 전자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산업 재편을 이끌었으며, 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한국공학한림원 대상(제27회)을 수상했다. 최근 KEA 회장으로 재선임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