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철강업체 현대제철이 다음 달부터 인천공장 내 철근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 창사 이래 철근 생산라인 전체를 멈추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제철은 27일 “이번 조치는 단순한 정기 보수가 아닌 시황 악화에 따른 감산 결정”이라며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시장 정상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밝혔다.
인천공장은 연간 약 150만t 규모의 철근을 생산하는 현대제철의 주요 생산기지다. 회사는 우선 4월 한 달간 철근 생산을 전면 중단한 뒤, 국내 철근 재고 추이와 수급 상황에 따라 감산 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당진·포항공장은 감산 없이 철근 생산을 지속한다.
최근 철근 시장은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 국내 수요 둔화 등이 겹치며 가격 하락과 저가 출혈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제강사들이 출하 및 생산 조정을 단행했음에도 수요 부진이 이어지자, 봉형강 최대 공급사인 현대제철이 전면 셧다운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근 시장의 위기는 구조적인 측면이 크지만, 우선 감산을 통해 수급 균형을 맞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공급 과잉이 해소되면 4월 이후 가격 반등 가능성도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감산은 현대제철이 추진 중인 강도 높은 비상경영 체제의 일환이다. 현대제철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수요 위축 등 복합적 위기 속에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 중이다. 특히 이번 희망퇴직은 만 50세 이상 일반직·연구직·기술직 전 직군을 대상으로 한 전사적 조치로, 회사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한편, 현대제철은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교섭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노조는 성과급 수준 등을 이유로 파업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냉연 부문에서 노조 파업으로 인해 27만t 규모의 생산 손실과 약 254억원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