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매각을 앞둔 아워홈의 경영진이 실적이 확정되기도 전에 수십억 원의 성과급을 미리 챙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인수 조건으로 설정된 보상 제한 조항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이사회를 열어 성과급 지급을 승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11일 CBS노컷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아워홈은 지난해 12월 30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구미현 회장에게 20억 원, 남편인 이영열 부회장에게 15억 원, 이영표 경영총괄 사장에게 7억 5천만 원 등 총 42억 5천만 원 규모의 성과급 지급을 승인했다.
이사회 결의 당시 회사의 2023년도 실적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일반 직원들의 성과급 지급은 2024년 3월 결산 확정 이후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아워홈은 2조2440억 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9% 줄어든 886억 원에 그쳤다. 회사 측은 "영업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점 등을 고려해 이사회에서 고심 끝에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경영진들이 불과 6개월의 짧은 재직 기간에도 불구하고 연봉 수준에 맞먹는 고액 성과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아워홈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의 인수 협상 당시 설정된 텀시트(Term Sheet)의 '경영진 보상에 대한 사전 동의 조항'을 피해가기 위해 서둘러 성과급을 지급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텀시트 발효 직전에 긴급하게 이사회를 소집한 점이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사회의 의결 과정에서도 법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사회에는 구미현 회장과 남편 이영열 부회장, 감사 단 1명만 참석했다. 각자의 성과급 지급 안건을 부부가 서로 승인해 준 형태로, 상법상 이해상충 위반 및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전문가는 "부부가 상호 승인한 의결 구조는 실질적 이해상충으로 볼 수 있고, 상법상 강행 규정 위반으로 의결의 효력 자체가 문제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신의성실 원칙 위반, 이해상충, 셀프보상 문제가 발생하면 회사에 실질적 손해가 발생하거나 기망이 개입될 경우 업무상 배임죄 적용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한편 아워홈은 최근 직원 사망 사고로도 논란을 빚었다.
구미현 대표는 지난 4일 발생한 용인 사업장 직원 사망 사고와 관련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표이사로서 참담한 심정"이라며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하고,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직원 사고 논란에 이어 이번 성과급 논란까지 겹치며 회사 이미지와 경영 책임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아워홈은 오는 29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매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