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발행한 단기금융상품 6000억원어치 가운데 하나증권이 2500억원 이상을 리테일 채널을 통해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환 불능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 수천 명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으며, 하나증권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기업어음(CP) 약 1160억원, 전자단기사채(STB) 약 780억원,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약 4019억원 등 총 6000억원 규모의 단기채를 발행했다. 이 중 가장 많은 물량이 하나증권을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됐다.
문제는 이들 상품 가운데 상당수가 만기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ABSTB는 홈플러스가 카드대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상품으로, 지난 2월 발행사 홈플러스가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고소당하며 신용등급 하락과 함께 상환 불확실성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수천 명에 달하는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 위기에 몰리며 집단 반발에 나섰다. 일부 투자자들은 지난 4일부터 서울 강남구 하나증권 압구정지점 앞에서 연좌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피해자 김모 씨(59)는 암 투병 중 항암치료비 마련을 위해 퇴직금 1억원을 투자했다가 상환 불능 사태로 치료 지속 여부를 고민 중이다. 그는 “단기 상품이라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투자했는데, 이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피해자 윤모 씨(65) 역시 노후 자금 2억원을 투자한 뒤 생활비와 대출이 모두 막힌 상태다. 윤 씨는 “홈플러스 발행이라 안전하다는 설명만 들었고, 자산유동화 구조나 리스크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하나증권이 업계 최대 수수료 수익을 올린 만큼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이라도 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상품 팔 땐 열심히 설명하더니, 문제가 생기니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과거 라임·옵티머스 사태에서 일부 증권사들이 자발적 보상에 나섰던 사례를 언급하며, 하나증권 역시 유사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하나증권 측은 “사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밝힌 상태로, 피해자들은 금융감독원 민원 제기, 고소, 집단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거리 시위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