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설아 기자] 국내 주요 택배사 간 택배기사의 근무일수와 휴무일 보장, 소득 수준, 직업 만족도 등 전반적인 업무 여건에서 뚜렷한 격차가 드러났다. 특히 주 5일 이하로 근무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62%로 가장 높았으며,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는 1.5%에 그쳐, 택배사별 운영 환경이 근무 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는 11일 CJ대한통운, 로젠택배, 롯데택배, 한진택배, 컬리넥스트마일(컬리), 쿠팡CLS 등 6개 택배사 소속 택배기사 1,2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택배기사 업무 여건 및 만족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수행했으며, 정부와 업계가 제도 개선과 운영 정책 수립 시 참고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활용되도록 기획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 5일 이하 근무 비율은 쿠팡CLS가 62%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컬리는 5%, 롯데택배는 4%, 한진택배와 CJ대한통운은 각 1.5%, 로젠택배는 1%에 그쳤다. 대부분 택배사가 주 6일 이상 고정 근무 체계를 운영 중인 가운데, 쿠팡CLS는 비교적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제공
휴무일 보장 면에서도 차이는 컸다. 월 평균 5일 이상 휴무를 사용하는 비율은 쿠팡CLS가 66.7%로 가장 높았고, 컬리 20.8%, CJ대한통운 11.5%, 로젠택배 8% 순이었다. 월 8일 이상(주 2일) 휴무 사용 비율도 쿠팡CLS가 49.7%로 가장 높았으며, 컬리 5%, 롯데택배와 로젠택배 각 3%, 한진택배 2.5%, CJ대한통운은 0%였다.
업무일 수에 대한 만족도 역시 쿠팡CLS가 52.3%로 유일하게 과반을 넘었고, 가장 낮은 한진택배는 35%에 불과했다. '연속 3일 이상' 장기휴무 경험은 전체 평균이 26%였지만, 쿠팡CLS는 49.0%로 두 배 가까이 높았다. 반면 컬리는 8.9%로 가장 낮았다.
택배기사가 휴무일에 업무를 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대체 인력을 확보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61.3%가 영업점 또는 택배사가 대체 인력을 확보한다고 응답했다. 이 중 36.7%는 비용도 회사 측이 부담한다고 답했으며, 쿠팡CLS 기사들의 경우 해당 비율이 각각 79.0%, 66.3%로 가장 높아, 인력 확보와 비용 부담 주체가 기사들의 휴무 사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입 수준 역시 택배사별 격차가 컸다. 전체 응답자의 월평균 총수입은 약 516만 9,000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컬리가 평균 578만 2,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쿠팡CLS 569만 5,000원, 롯데택배 498만 5,000원, 로젠택배 494만 6,000원, CJ대한통운 493만 5,000원, 한진택배 471만 1,000원 순이었다. 특히 쿠팡CLS의 야간배송 기사는 소득 만족도 비율이 52.7%로 전체 평균(46.0%)보다 높아, 근무 형태에 따른 차이도 일부 확인됐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제공
직업 만족도는 100점 만점 기준 평균 60.2점으로 나타났다.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은 롯데택배(61.9점)였고, 쿠팡CLS(61.0점), 로젠택배(60.9점) 순이었다. 전반적인 소득 만족도에서는 로젠택배가 50.5%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컬리(46.5%), 쿠팡CLS(46.0%) 등이 뒤를 이었다. 한진택배는 32.5%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편 야간배송에 대한 만족도도 눈에 띄었다. 야간배송 종사자들은 ‘교통 혼잡이 적어서’(36.7%), ‘수입이 더 좋아서’(32.9%), ‘낮 시간대 개인 시간 활용 가능’(20.7%) 등을 선호 이유로 꼽았다. 지난해 학회의 야간배송 규제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야간배송이 불가능할 경우 다른 야간 일자리를 찾겠다”는 응답이 56.8%로 나타나, 일정 수준의 근무환경과 수입이 보장될 경우 야간배송에 대한 선호도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권용장 회장은 “이번 조사는 택배사별 운영 방식에 따라 기사들의 업무·휴무일 수와 소득, 만족도 등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음을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며 “우수 운영 사례를 참고해 전체 업계의 근무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