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설아 기자] 쿠팡Inc가 대만 로켓배송의 폭발적 성장세에 힘입어 성장사업 투자 규모를 기존 1조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확대한다. 이는 쿠팡이 해외 시장에서 한국형 풀필먼트·배송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자신감의 반영이자, 내수부진에 시달리는 국내 중소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수출 통로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특히 화장품과 식품을 중심으로 한 K뷰티·K푸드 기업들의 수출 활로가 대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쿠팡은 6일(한국시간) 2025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11조9763억원의 매출과 20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342억원의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이 같은 실적을 견인한 건 단연 성장사업 부문. 쿠팡은 파페치와 대만 로켓배송을 포함한 해당 부문에서 1조671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33% 증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대만 로켓배송의 성장이 주목된다. 쿠팡이 대만 시장에 본격 진출한 시점은 2022년 4분기로, 당시 성장사업 매출은 약 1806억원에 불과했지만, 불과 2년 반 만에 9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쿠팡은 대만의 잠재력을 확신하며 올해 성장사업에 대해 당초 1조원이던 손실 전망치를 1조3000억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쿠팡은 대만 시장에만 최대 3000억원의 추가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투자 확대는 물류·배송망과 고객서비스 고도화에 집중된다. 쿠팡은 현재 대만 타오위안시 구이산구에 AI 기반 자동화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며, 신베이시, 가오슝, 타이중 등 인구 밀집지역 중심으로 배송캠프와 물류센터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직고용 배송 인력 ‘쿠팡프렌즈’를 대만 현지에서 운영하며 빠르고 안정적인 익일배송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이 같은 로켓배송 시스템이 K브랜드 수출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5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 동향’에 따르면, 대만으로의 중기 수출은 15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3% 증가했다. 특히 화장품(42.8%), 전자기기(32.3%) 부문에서의 수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대만 시장에서 쿠팡을 통한 수출 중소기업 수는 1만2000곳에 달하며, K뷰티와 K푸드 제품이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성남의 젤네일 제조업체 ‘바르고코스메틱’ 황서윤 대표는 “대만에서 쿠팡을 통해 30만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했고, 올해는 40만개 돌파가 예상된다”며 “수출 비용이 20~30% 절감되고,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입소문만으로 추가 진출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쿠팡 PB상품인 ‘곰곰 육수’를 생산하는 식품 제조사 ‘놀이터컴퍼니’는 쿠팡을 통해 대만 시장에 진입한 이후 생산직 인력을 5명 증원하고 본사 규모를 150평 확장했다. 회사 측은 “쿠팡이 수출길을 열어준 덕분에 콤부차, 곤약젤리 등 신제품도 출시하며 현지 반응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의 전략은 단순히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수출 관련 복잡한 실무까지 직접 수행하는 데 있다. 쿠팡은 중소기업을 대신해 통관, 배송, 고객 CS, 마케팅까지 전담하며, 중소기업은 제품 개발과 생산에만 집중하면 된다. 이 덕분에 수출 초보 기업들도 별도 박람회나 글로벌 유통망 없이도 현지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박정은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에서 검증된 쿠팡의 로켓배송 모델이 대만에서 유효함이 입증됐다”며 “중소기업들이 추가 고정비 투자 없이 수출 기회를 얻는 구조는 매우 혁신적”이라고 평가했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도 “쿠팡의 성장 전략은 자체 수익성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며 “특히 내수 침체에 직면한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인 탈출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쿠팡은 대만 로켓배송 와우멤버십을 통해 일정 금액 이상 구매시 무료배송, 무제한 반품 등 프리미엄 혜택을 제공 중이며, 익일배송율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기존 현지 이커머스 기업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대만의 소매시장 규모는 200조원, 이커머스 침투율은 약 10%로 향후 성장 여력도 상당하다.
쿠팡은 대만을 교두보 삼아 동남아와 미국, 일본 등으로의 수출 확대를 도모하고 있으며,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K브랜드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