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성민 기자]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한 이혼 소송은 깊은 정서적 상처를 동반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철저히 법률적 요건과 객관적 증거에 근거하여 내려진다. 소송의 향방은 누가 혼인 파탄의 원인을 법률적으로 증명해내는가에 달려 있으며, 이 과정에서 증거의 적법성은 승패를 가르는 절대적 기준이 된다.
최근 대법원이 불법 감청으로 취득한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감정적 대응을 넘어 법리적 원칙에 입각한 냉철한 접근이 더욱 중요해졌다.
민법 제840조는 총 여섯 가지의 재판상 이혼 사유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 중 배우자의 외도와 직접 관련된 사유는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제1호)와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제6호)이다. 여기서 ‘부정한 행위’란 간통을 포함하여 부부의 정조 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를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다.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원고는 민사소송의 대원칙인 변론주의에 따라 상대방의 유책 사유를 입증할 책임을 부담하며, 명확한 증거 없이는 법원의 인용 판결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이때 증거 수집 과정의 적법성 문제는 소송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 법률은 불법 감청을 엄격히 금지하며, 이를 통해 취득한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배우자의 휴대전화에 스파이 앱을 설치하거나, 당사자 동의 없이 제3자가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불륜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상대방의 주거지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행위는 형법상 주거침입죄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법정에서 배척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법무법인 중앙이평의 이혼전문 양정은 대표 변호사는 입증책임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소송의 승패는 법정에서의 변론 이전에 소 제기를 결심하는 단계에서부터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며, “이는 ‘입증책임’의 무게 때문인데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을 그대로 믿어주지 않고 오직 법률이 허용하는 증거만이 사실 인정의 유일한 기준이 되기에 소송을 시작하기에 앞서 보유한 증거의 법적 효력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합법적인 추가 증거 확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소송 전체의 성패를 좌우하는 첫 단추”라고 조언했다.
이어 양정은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에 근거하여 당사자 동의 없이 제3자가 녹음한 통화 내용은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면서, “이는 민사소송 절차에서도 사생활과 통신의 비밀이라는 기본권적 가치를 침해하여 수집된 증거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의미이며, 불법적 수단에 기댄 섣부른 증거 확보가 오히려 소송을 패소로 이끌 수 있는 치명적 패착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입증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증거는 우리 법률이 보장하는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확보해야 한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을 신청하여 신용카드사용 내역을 확인하거나, 통신사에 대한 사실조회를 통해 통화 기록 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숙박업소 출입 CCTV 영상 등 멸실의 우려가 있는 증거는 신속히 증거보전신청을 통해 확보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러한 법적 절차는 증거의 정당성을 담보하며 소송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양정은 변호사는 “부정행위의 입증은 이혼 사유와 위자료 산정의 근거가 되지만, 재산분할이나 양육권 결정과는 법리적으로 분리하여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재산분할은 기여도를, 양육권은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기 때문에 유책 사유의 입증이 모든 쟁점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는 지양해야 하겠으며, 소송의 각 쟁점별 법리적 원칙을 명확히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근본 원칙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