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호남취재본부 손영욱 기자] 이재명 정부의 국가전략 사업이자 전남 고흥군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공공주도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개발 지원사업(이하 해상풍력 사업)’이 지역 어업인과 신재생에너지원이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에너지 전환 시대에서 해상풍력은 발전 효율이 높고 대규모 설비 확장이 용이해 주요 대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바람만 있으면 에너지를 무한정 생산할 수 있어 원유의 99.9%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에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흥지역에 일자리 창출과 함께 새로운 미래 소득원이 될 수 있어 군민들이 적극 환영하고 있다. 주변 지역의 수산업 개발과 관광 단지화도 가능해 지역경제 활황이 기대된다.
▲고흥군이 추진 중인 ‘공공주도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 현장 조감도 (사진=해상풍력추진위원회)
◇ 2030년 준공 목표…수산업 경쟁력 강화
고흥군은 4GW(공공 2GW·사업비 16조원+민간 2GW·사업비 16조원) 해상풍력 개발을 위해 정부 해상풍력 공모사업 2건(1단계 2024년 11월 35억원, 2단계 2025년 4월 39억5000만원)을 확보해 추진 중이다.
고흥지역 수산업계는 해상풍력 사업으로 인한 어업 활동 위축과 조업구역 상실, 환경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25일 제정된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해상풍력 특별법)’을 계기로 제도적 보완이 마련됐다.
수협중앙회도 해상풍력 특별법이 수산업계의 우려와 현실을 반영하고, 어업인 보호와 이익 공유를 명시함으로써 갈등 완화와 상생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상풍력 사업은 사전 타당성 검토, 환경영향평가, 해역이용영향평가, 해상교통안전진단 등을 통과해야 한다.
수용성 확보를 위해 어업 피해 영향조사, 수산업 공존 모델 설계, 지역 상생 이익 공유 방안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 이후 개발 예정 입지의 풍황 자원과 해역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풍황계측기를 설치해 최소 1년 이상 해당 지역의 사업성을 분석해야 한다.
고흥군은 오는 2027년까지 이 절차를 마무리한 뒤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전기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가장 까다로운 주민 수용성을 군이 선제적으로 확보해 발전사업 인허가 절차와 동시에 착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군은 오는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현재 2GW 규모의 공공주도 해상풍력 개발을 위해 39억5000만원(국비 14억5000만원·군비 25억원)을 투입, 주민 의견 수렴과 전문 용역 절차를 진행 중이다.
◇ 수산발전기금·개발이익 군민 공유
주민·지역에 대한 이익 공유 계획으로는 수산업과의 공존,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이 꼽힌다.
가장 큰 특징은 ‘주민참여 및 수익 공유’다. 발전지구 내 주민과 어업인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라 해상풍력 발전사업 출자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사업자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로 발생한 수익을 지역 주민에게 제공한다.
개발 이익 공유 제도 이전에는 이익이 사업자에게만 돌아갔고 일부 주민들만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개발 이익 공유 개념이 적용되면서 지자체의 재산이자 지역민의 자원이 지역 공동체의 이익으로 환원되는 구조가 마련됐다.
해상풍력 발전시설에 대한 공유수면 점·사용료는 해양수산부 고시에 따라 별도로 산정되며, 수산발전기금 재원으로 활용된다.
고흥군은 매년 약 1198억원 규모의 REC 수익과 채권수익 512억원 등 총 1710억원을 군민연금 재원으로 확보해 지역 사회에 환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고흥군민이면 누구나 4인 가구 기준 매월 약 70만원의 에너지연금을 20년간 받을 수 있어 노후 대책과 인구 유입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즉, 2GW가 개발되면 어민이 아닌 일반 군민도 1인당 연간 213만~641만원을 지급받게 된다. 풍력단지·송전선로 인근 주민 1만명은 매월 53만원, 연간 641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경제적 파급력도 크다. 외국 사례를 감안할 때 1MW 기준 설계·제작·설치·운영 전 과정에서 14.33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한다. 이를 고려할 때 고흥군은 연인원 2만8000개의 직·간접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 귀농·귀촌으로 2030년 고흥 인구 10만명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수시는 지난달 7일부터 6일간 '공공주도 해상풍력 단지개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주민·어민단체 등과 함께 중국 광둥성과 푸젠성 일대 해상풍력단지를 방문해 해외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사진=여수시)
◇ 고흥군, 어업인 보호·보상 최우선
고흥군은 군민 전체에 에너지연금을 지급하되, 어민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3대 원칙 7대 전략’을 마련해 어민 보호에 주력하고 있다.
3대 원칙은 △해상풍력 단지 내 지속적인 어업 활동 보장 △어업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 지급 △발전수익금 차등 분배를 통한 소득 감소액 보전이다.
또 7대 전략으로 △해상풍력 개발의 민주·투명·객관성 확보 △올바른 정보 제공을 통한 공익적 가치 실현 △수산업과 해상풍력의 공존을 통한 수산업 경쟁력 강화 △2030 고흥 인구 10만명 달성을 위한 군민 에너지연금 재원 확보 △타 시군 해상풍력 단지에서의 고흥 어민 권익 보호 △해양환경 보존체계 마련 △어업피해 조사에 군이 관여해 보상금 산정의 신뢰성 확보 등을 제시했다.
고흥군이 마련한 공공·민간주도 공통 ‘어업피해 보상안’도 이러한 원칙을 뒷받침한다.
어업권 취소의 경우 ‘수산업법 시행령 제55조’ 보상 기준에 따라 어업 면허(해조류·패류 등) 어업인은 최근 3년 평균 어획량의 8년 4개월분을 지급받고 어구·어선도 보상받는다.
어업 허가(새우조망·자망 등) 어업인은 최근 3년 평균 어획량의 3년분과 어구·어선 보상을 받는다.
예를 들어 위판 금액이 연 10억원인 어민이 어업권을 취소하면 손실 금액의 45%인 4억5000만원을 8년 3개월간 지급받아 총 37억원이 된다. 여기에 어선 감축 보상금 3억원을 더하면 40억원으로 추산된다.
◇ 지자체 주도 주민 수용성 확보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주민 수용성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특별법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 수용성 확보 역할을 지자체(시장·군수 등)에 맡겼다.
지자체장은 어업인단체, 주민대표, 전문가, 송전선로 경과지 주민대표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기본설계안, 발전지구 지정, 주민참여 이익공유 사업 운영, 수산업 및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등을 협의한다.
공공주도 해상풍력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대규모 단지를 계획·개발하는 정책으로, 특히 지난 3월 제정된 특별법은 사업자 주도의 발전사업을 정부 주도의 개발사업으로 전환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 핵심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기존 절차에서는 착공까지 약 71개월이 걸렸으나 특별법 적용 시 63개월로 단축된다. 사업자가 직접 수행해야 하는 절차와 소요 기간도 크게 줄어든다.
◇ 절차 간소화로 신속 추진
기획재정부 장관은 발전지구 내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신속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
공기업·준정부기관도 필요시 기재부 장관에게 예타 면제를 신청할 수 있다.
사업자는 대통령령이 정한 절차에 따라 환경성 평가를 진행하고, 산자부 장관은 이를 환경부·해수부 장관과 협의해 환경영향평가와 해양이용영향평가 절차를 동시에 완료할 수 있다.
해상풍력발전사업자가 실시계획 승인을 받으면 인·허가가 의제되며, 건축물 신축도 건축허가 절차를 별도로 밟을 필요가 없다.
사업자는 발전사업에 필요한 토지, 건물, 어업권 등 권리를 수용·사용할 수 있으며, 보상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따른다.
◇ 해상풍력의 메카로 우뚝 선 전남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남을 해상풍력 전초기지로 조성하고 RE100 산단을 조기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남도는 국내에서 가장 체계적으로 해상풍력을 추진하는 광역단체로,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설비용량의 61%에 해당하는 21.3GW를 확보했다.
신안군은 33개 해상풍력 단지를 구축 중이며, 세계 최대 규모인 8.2GW 고정식·3.6GW 부유식 단지를 민간투자로 조성 중이다. 여수시는 2032년까지 9GW 규모 단지를 목표로, 민간 6GW와 공공 3GW 사업을 병행한다. 영광군도 배후항만, 접안시설, 송변전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 여수시, 주민·어민단체와 중국 벤치마킹
여수시는 2026년 3월 이후 전국 최초 공공주도 국가주도사업 예비지구 지정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주민·어민대표단과 함께 중국 광둥성과 푸젠성 일대 해상풍력단지를 견학하며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견학단은 어업인 대표와 주민대표, 시의회 의원, 녹색에너지연구원, 해양대 교수 등 26명으로 꾸려졌다.
중국은 세계 해상풍력 발전 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단지 내 양식장과 관광단지를 운영 중이다. 이에 주민 대표단은 조업과 관광업이 공존 가능한 모델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신안군민, 10월부터 ‘바람 연금’ 수령
신안군은 오는 10월 국내 최초로 ‘바람 연금’을 지급한다. 2018년 제정된 조례에 따라 주민이 최소 30% 지분 또는 총사업비의 4% 이상을 투자해야 사업 허가가 가능하며, 주민들은 분기별로 발전 이익을 지역상품권으로 받는다.
이러한 참여형 모델은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고흥군어민회 A임원은 전남 동부지역 한 방송사의 취재에서 "어민들 모아놓고 사업 설명회나 공청회 한 번도 실시한 사례가 없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으나 취재 결과 고흥군은 약 16개월 동안 총 63회의 설명회와 간담회를 실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해상풍력추진위원회)
◇ 일부 어민·지역방송 왜곡 보도 논란
최근 지역 방송사가 일부 어민의 반대 활동만을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은 “설명회가 없었다”는 어민 인터뷰를 내보냈으나, 고흥군은 지난해 3월 ‘군민 에너지연금 구상 계획’ 수립 이후 올 7월까지 총 63회의 설명회와 간담회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30년째 통발 어업에 종사하는 A씨는 “고흥 어민 다수는 고령화와 어획량 감소로 10년 뒤에는 조업이 어려운 만큼 합당한 보상과 에너지연금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흥군 어업단체장은 “군은 김 면허지를 피해 단지를 조성하고 대체 해역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사업 기간 동안 어민과 군민 의견을 세심히 반영해 상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