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규제 밖 ‘관행’… 선거 앞두면 반복되는 논란
책은 문화지만 모금 논란은 정치… 투명성 고민할 때
부울경 취재본부 이승렬 기자
[더파워 이승렬 기자]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정치권에서 오래 이어져 온 관습이다. 선거를 앞두고 책을 펴내고, 지지자와 정치권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축하 인사를 나눈다. 겉으로 보면 문화 행사다. 그러나 현장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다른 모습도 보인다.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법의 직접적인 규제를 받지 않는다. 후원금 한도나 공개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오래전부터 “사실상 정치자금 모금 창구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출판기념회가 정치자금 규제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한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역시 비슷한 논란을 낳았다. 일부 참석자들은 “책을 사러 간 자리라기보다 정치인을 돕는 분위기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책보다 봉투가 더 눈에 띄었다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흘러나온 이유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반복돼 온 관습이기 때문이다. 대형 행사장을 빌려 수백 명이 모이고, 축하 인사가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후원 성격’의 금전이 오간다는 이야기도 정치권 안팎에서 공공연하게 나온다.
문제는 합법과 납득 사이의 간극이다. 법적으로 금지된 행사는 아니지만,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제도의 취지와는 어딘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서 선거철이 다가올 때마다 출판기념회 논란이 되풀이된다.
정치인이 책을 내는 것 자체는 문제 될 일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시민과 공유하는 일은 의미가 있다. 다만 책보다 봉투가 더 화제가 되는 출판기념회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치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이런 작은 장면에서 흔들리기 때문이다.
출판기념회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치권이 스스로 관행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비슷한 논쟁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정치자금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정치 문화의 투명성을 높일 방법을 고민할 시점이다.
결국 정치의 신뢰는 거창한 구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민들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관행을 하나씩 줄여가는 것, 그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