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신철민 교수, 숭실대학교 한경도 교수,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임주현 교수
[더파워 이설아 기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치료를 받았더라도 이후 흡연과 음주, 복부비만 등 생활습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위암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6일 소화기내과 신철민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제균치료 이력이 있는 128만여명의 생활습관 지표와 위암 발병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국가건강검진 수검자 가운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치료 이력이 있는 128만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흡연 여부와 복부비만도, 음주량 등 생활습관 지표가 제균 이후 위암 발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연구에는 분당서울대병원 신철민 교수와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연구팀이 참여했고, 제1저자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임주현 교수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암의 대표적인 위험 인자로 꼽힌다. 1980년대 국내 감염률은 약 70%로 추정됐고, 당시 한국인의 높은 위암 발병률과 맞물려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후 제균치료 확대와 감염률 감소 영향으로 현재 감염률은 약 40% 수준으로 낮아졌고, 위암 발병 순위도 과거 1위에서 최근 5위까지 내려왔다. 다만 신규 위암 환자 수는 여전히 연간 2만9000여명에 달해 부담이 큰 상황이다.
연구 결과 제균치료 이후 흡연을 지속한 경우 비흡연자보다 위암 위험이 더 높았다. 중등도 흡연자(10~20갑년)는 제균치료를 받은 비흡연자보다 위암 상대위험이 약 12% 높았고, 고등도 흡연자(20갑년 이상)는 약 3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의 경우 하루 알코올 섭취량이 30g 이하인 경도 음주군에서는 비음주자 대비 유의한 위험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하루 30g 이상을 마시는 고등도 음주군에서는 위암 위험이 약 23%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복부비만이 있는 경우에도 상대위험이 11%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흡연과 음주, 비만이 각각 독립적인 위험요인이면서 동시에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제균치료 자체만으로 위암 위험을 충분히 낮췄다고 보기 어렵고, 이후 생활습관이 발병 위험에 계속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제균치료를 55세 이후 늦은 나이에 받은 사람일수록 이후 흡연과 음주, 복부비만에 따른 위암 위험 증가폭이 더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제균치료가 위암 예방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려면 가능한 이른 시기에 치료를 받고, 이후에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신철민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치료는 위암 위험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지만, 이를 위암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해지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며 “제균 이후에도 금연과 절주, 체중조절에 힘써야 하며 특히 늦은 나이에 제균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위내시경 검진도 주기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