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광진 행정사의 국회 입법 속살 ⑱] 독수리 5형제와 국회의원의 탈당

부동산 불법거래, 성추행 의혹 등 최근 탈당 의원 관련 당·국회 차원서 진상조사 및 징계 없어

칼럼 2021-01-13 13:21 함광진 행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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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연합뉴스]
[더파워=함광진 행정사]
애니메이션계에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5형제’가 있다면 우리 정치권에는 정치개혁을 주장했던 ‘독수리 5형제’가 있었다.

지난 2003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소속이던 이부영, 이우재, 김부겸, 김영춘, 안영근은 지역주의 타파와 국민 통합, 정당 개혁을 주장하며 당에서 탈당했다.

독수리 5형제의 탈당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이 아닌 정치인의 정치적 소신을 실천하기 위한 대의명분에 따른 탈당이었다. 때문에 ‘철새’가 아닌 ‘독수리’로 불린 것이다.

이후 이들은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했다. 이부영은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냈고 이우재는 제17대 총선 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 정계에서 은퇴했다. 안영근은 제17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제18대 선거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영춘은 서울에서 재선 고지에 오른 후 2012년 제19대 선거에서 서울 지역구를 떠나 부산에서 출마해 낙선한 이래 제20대 당선, 제21대 낙선을 거듭했다.

서울과 경기에서 3선을 했던 김부겸은 2012년 대구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해 낙선했고 2014년 지방선거에서 대구광역시장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 수성구갑에서 31년 만에 민주당계 후보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쾌거를 이뤄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이 됐다.

최근 우리 정치권에서 탈당 소식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병욱, 전봉민, 박덕흠,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이 자신들에게 쏟아진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당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며 탈당했다.

꼬리 자르기 수순이다. 당적은 없어져도 의원직은 남는다. 탈당해도 의정활동을 이어간다. 언제라도 돌아갈 친정이 있어 시간이 지나 복당하면 그만이다. 이슈는 이슈로 덮어진다고 했던가. 시간이 지나 다른 이슈가 터지면 논란은 잠잠해진다. 탈당만 하면 만사 해결되듯 당 차원의 진상조사나 국회 차원의 징계도 없다.

우리 ‘헌법’ 제46조는 국회의원에게 청렴의 의무를 부여한다. 국회의원은 임기 초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해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선서한다. 지위를 남용해 국가·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해 그 취득의 주선 금지 등과 같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국회법’ 제25조에 따라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해 한다. 제26조에 국회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직 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제29조의2의 규정에 따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

이외에도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에는 국회의원윤리강령 준수 의무, 품위유지, 청렴의무 등을 부과하고 여러 금지 규정을 통해 국회의원이 지향해야 할 윤리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국회법’ 제46조는 국회의원의 자격심사·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기 위해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제155조에 국회의원이 금지행위를 했을 경우에는 윤리특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징계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막강한 권한을 가지며 직무 범위도 매우 광범위하다. 엄격한 윤리성과 도덕성을 지녀야 한다는 점에서 이를 감독하고 심사할 의원윤리기구의 운영은 매우 중요하다.

국회법 제13조에 따른 국회의원의 징계 유형은 4가지다.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30일 이내 ‘출석정지’(출석정지기간에 수당·입법활동비 및 특별활동비는 2분의 1을 감액), ‘제명’ 순이다. 공무원의 경우 파면당하면 퇴직금과 연금이 삭감된다. 이에 비해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 수준이다. 경제적 손실도 거의 없다.

국회법 제156조는 국회의원의 징계 요구권자를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장, 징계요구를 받는 의원이 소속된 상임위원회위원장, 의원 20인 이상의 찬성을 받은 의원, 징계 대상자로부터 모욕을 당한 의원, 윤리특위 위원장 또는 특위 위원 5인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국민은 설자리가 없다. 국회의원들은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선배나 동료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 현실성이 떨어진다.

과거 국회의원 윤리심사기구 운영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윤리특위에 접수된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거의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제18대 국회 이후 국회에 제출된 의원징계안 144건 중 단 1건만 원안가결됐다.

나머지 안건은 심사조차 하지 않아 대부분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거나 철회됐다. 1991년부터 상설특별위원회로 구성돼 있던 윤리특별위원회는 현재 비상설 특위로 전환돼 문을 닫은 상태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국회와 개별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평가는 바닥에 계속 머물러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국회는 신뢰도 통계 작성 이래 계속 최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실시한 ‘2019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부 주요 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도 평가에서도 국회 및 국회의원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항간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의원들을 향해 ‘국개의원’이라 부를 지경이다.

탈당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 윤리심사 관련 제도적 장치가 내실 있게 강화돼야 한다. 윤리특별위원회를 상설기구로 운영하고 특위 소속 위원의 다수를 국회의원이 아닌 일반인으로 선임해야 한다. 안건이 접수되면 회의 소집 및 개회가 강제되고 엄중 징계해야 한다.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국회의원 스스로 제도 개혁과 함께 엄격한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년의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매주 윤리 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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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광진 행정사 ham98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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