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1주기 추모식이 지난 29일 서울 마포구 효성 본사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40분간 진행된 추모식에는 장남인 조현준 효성 회장과 삼남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을 비롯한 유가족과 임원, 내빈 등이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추모식은 고인을 기리는 묵념을 시작으로 약력 소개, 추모사 낭독,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 상영, 헌화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조현준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오늘의 효성은 아버지의 시대 변화를 읽는 혜안과 강철 같은 도전정신으로 미래를 선점한 결과”라며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이 시대, 아버지의 빈자리가 더욱 깊이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를 준비하는 회사,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회사, 글로벌 정세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며 고인의 경영 철학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조 회장은 “APEC 회의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조현상 부회장과 함께 한·미·일 경제안보동맹의 일원으로서도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추모식 직후 유족과 효성 경영진은 경기도 선영으로 이동해 별도의 추모 행사를 가졌다. 효성은 일반 직원들도 자유롭게 헌화할 수 있도록 본사 강당을 오는 31일 오후 5시 30분까지 개방하기로 했다.
조석래효성명예회장
◆ 기술과 품질로 미래를 개척한 ‘산업 전설’
조석래 명예회장은 반세기 동안 효성을 이끌며 ‘기술경영’과 ‘글로벌 개척정신’으로 국내 제조업의 수준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가격이 아니라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는 소신 아래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개발된 스판덱스는 1992년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2010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효성은 또 조 명예회장의 선견지명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탄소섬유를, 세계 최초로 폴리케톤을 개발하며 신소재 분야에서도 앞서 나갔다. 이들 성과는 글로벌 기술 자립이라는 과제를 현실로 만든 기반이 됐다.
조 명예회장은 일찌감치 중국과 베트남 시장의 성장성을 간파해 과감히 진출을 결정했고, 현재 효성은 두 지역에서 활발한 생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럽, 미주, 남미 등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사업망의 기틀 또한 이 시기에 마련됐다.
1976년11월창립10주년기념식에참석한조석래효성명예회장
◆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발자취도 뚜렷
1935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조석래 명예회장은 와세다대학교 이공학부와 미국 일리노이공대 대학원을 거쳐 화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교수의 길을 꿈꾸다 부친인 고 조홍제 창업주의 부름을 받아 귀국하며 기업인의 길로 들어섰다.
1970년 동양나이론 대표이사 사장을 시작으로 효성물산, 효성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를 진두지휘했으며, 1982년에는 효성그룹 2대 회장에 올라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조 명예회장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재계의 중심에서 활동했다.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 한일경제협회장 등을 맡으며 한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
◆ “기술 독립의 뜻, 사라지지 않을 것”
효성그룹 관계자는 “치열한 기술경영으로 효성의 토대를 만들고 우리나라의 기술 자립이라는 큰 뜻을 실현하신 분”이라며 “그의 영향력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앞으로도 효성의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고 조석래 명예회장이 남긴 유산은 효성뿐 아니라 한국 산업계 전반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그의 혜안과 도전정신은 여전히 효성의 ‘백년 기업’ 비전을 견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