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영재 교수가 관절 초음파 검사로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관절 상태를 평가하고 있다.
[더파워 이설아 기자] 장마철에는 높은 습도와 잦은 기온 변화로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이 피로감이나 통증 악화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비가 오는 날씨 자체가 질환을 직접 악화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낮은 기압과 높은 습도, 활동량 감소, 수면의 질 저하가 겹치면 전반적인 컨디션이 떨어질 수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영재 교수에 따르면 류마티스관절염, 전신홍반루푸스, 강직척추염 등 만성 염증성 질환은 생활 리듬이 흐트러질 때 증상이 심해질 수 있어 장마철에는 평소보다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약물 복용이다. 증상이 일시적으로 좋아졌다고 환자가 임의로 약을 끊거나 용량을 조절하면 질병 활성도가 높아지고 재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면역억제제나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는 환자 역시 감염이 의심되더라도 스스로 약을 중단하기보다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실내외 온도 차 관리도 필요하다. 냉방이 강한 환경에서는 관절과 근육이 경직되기 쉬워 긴소매 옷이나 담요를 활용해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비가 온다고 활동을 지나치게 줄이기보다는 실내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걷기 운동을 이어가는 것이 관절 유연성과 근력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장마철에는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쉽고 감염병 위험도 높아진다. 자가면역질환 환자 중에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인보다 감염에 취약할 수 있다. 외출 후 손 씻기, 충분히 익힌 음식 섭취, 상한 음식 피하기 등 개인위생과 식품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발열, 기침, 설사, 피부 감염 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는 단순한 감기로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는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약 복용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햇빛을 보는 시간이 줄고 실내 활동이 늘어나는 것도 관리 포인트다. 장마철에는 비타민 D 부족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전신홍반루푸스 환자는 햇빛 노출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아 필요하면 혈액검사와 보충제 복용 여부를 담당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질환별로 주의해야 할 점도 다르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장마철에 관절 통증과 뻣뻣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어 아침 강직이 오래 지속될 경우 스트레칭과 가벼운 실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냉방으로 관절이 차가워지지 않도록 보온에도 신경 써야 한다.
전신홍반루푸스 환자는 감염 관리가 중요하다. 장마철에는 호흡기·소화기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손 위생과 식품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흐린 날에도 자외선은 존재하기 때문에 외출 시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고 모자나 긴소매 의복으로 피부를 보호하는 것이 좋다.
강직척추염 환자는 허리와 엉덩이 통증, 척추 뻣뻣함이 심해질 수 있다. 장시간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생활은 척추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 매일 허리와 가슴을 펴는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쇼그렌병 환자는 냉방 환경에서 안구와 구강 건조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실내 습도를 적절히 유지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며, 필요하면 인공눈물이나 구강 보습제를 사용할 수 있다. 눈 충혈이나 통증이 심하면 안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베체트병 환자는 과로, 스트레스, 수면 부족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마철에는 높은 습도와 더위로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어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입안 궤양이 반복되거나 눈 충혈, 시야 흐림, 피부 병변이 심해질 경우에는 재발 가능성을 고려해 조기에 진료를 받아야 한다.
관절이 붓고 열감이 심해지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이 지속되는 경우, 심한 피부 발진, 호흡곤란, 흉통, 혈뇨, 갑작스러운 손발 부종이 나타나면 단순한 장마철 컨디션 저하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 이런 증상이 평소보다 뚜렷하다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