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먹먹함·자성강청·호흡음 울림 반복되면 의심…체중 감소·음성 사용 많은 직업군에서 증상 두드러져
아이유, 포토월 행사
[더파워 이설아 기자] 가수 아이유가 이관개방증 악화로 활동 일정에 차질을 겪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이유는 이관개방증 증세 악화로 9월 예정됐던 고양 콘서트를 취소하고 새 앨범 발매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관개방증은 겉으로는 단순한 귀 먹먹함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환자에게는 자신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리고, 심하면 숨소리까지 귀 안에서 크게 들리는 괴로운 질환이다.
특히 가수처럼 목소리와 호흡을 세밀하게 조절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자신의 목소리가 실제보다 크게 울리거나 왜곡돼 들리면 노래할 때 음정, 발성, 호흡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귀가 먹먹한 증상은 누구나 한 번쯤 겪는다. 비행기를 타거나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 감기에 걸렸을 때도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말할 때마다 자신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크게 울리고, 숨을 쉴 때마다 호흡음이 귀 안에서 들린다면 단순한 귀 먹먹함과는 다르다. 이 경우 이관개방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관은 귀 안쪽의 중이와 코 뒤쪽 비인강을 연결하는 통로다. 유스타키오관이라고도 부른다.
평소 이관은 닫혀 있다. 그러다 침을 삼키거나 하품을 할 때 잠시 열리면서 귀 안팎의 압력을 조절한다.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비행기를 탔을 때 귀가 먹먹해졌다가 침을 삼키면 뚫리는 느낌이 드는 것도 이관 기능과 관련이 있다.
이관과 관련된 대표 질환은 이관폐쇄증과 이관개방증이다.
이관폐쇄증은 이관이 열려야 할 때 제대로 열리지 않는 상태다. 이 경우 귀가 먹먹하고 답답한 느낌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이관개방증은 이관이 닫혀 있어야 할 때도 계속 열린 상태가 유지되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귀 먹먹함뿐 아니라 자신의 말소리가 울려 들리는 자성강청, 숨소리가 귀 안에서 울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임지형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이명·난청·어지럼 센터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관개방증이 이관폐쇄증보다 일상생활에서 더 큰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귀가 막힌 느낌을 넘어, 본인이 말하고 숨 쉬는 소리가 계속 귀 안에서 울리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흔히 “내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린다”, “숨소리가 귀에서 들린다”, “말을 하면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대화가 힘들다”고 호소한다.
이관개방증은 선천적인 질환이라기보다 여러 원인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원인은 급격한 체중 감소다.
이관 주변에는 근육과 지방조직이 분포한다. 체중이 빠르게 줄면 이 지방층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 그 결과 이관이 닫히는 힘이 약해지고, 열린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젊고 마른 여성에게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것도 이런 구조와 관련이 있다.
목소리를 많이 쓰는 직업군도 증상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가수, 교사, 강사, 콜센터 상담원처럼 장시간 말하거나 노래하는 사람은 자신의 목소리 울림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활동량이 많아 숨이 차거나 운동을 할 때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호흡이 커지면 그 숨소리가 귀 안에서 더 크게 울려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관개방증을 의심할 수 있는 특징적인 단서도 있다. 앞으로 고개를 숙이거나 누웠을 때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경우다.
이런 자세에서는 열린 이관 주변의 압력과 혈류가 달라지면서 증상이 줄어들 수 있다. 귀 먹먹함과 자성강청이 자세에 따라 달라진다면 진료 때 반드시 설명하는 것이 좋다.
이관개방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삶의 질은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자신의 목소리와 호흡 소리가 계속 울리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대화 자체가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 증상이 오래가면 불안과 우울을 겪는 환자도 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주변에서는 “그냥 귀가 먹먹한 것 아니냐”고 넘기기 쉽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하루 종일 귀 안에서 울리는 소리를 견뎌야 한다.
진단은 증상과 진찰을 종합해 이뤄진다. 귀 먹먹함만으로는 이관폐쇄증, 중이염, 난청, 턱관절 문제 등 다른 질환과 구분하기 어렵다.
따라서 자신의 말소리가 울려 들리는지, 숨소리가 들리는지, 고개를 숙이거나 누우면 나아지는지, 최근 급격한 체중 감소가 있었는지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치료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생활습관을 조절하면서 경과를 관찰할 수 있다. 체중 감소가 원인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무리한 감량을 중단하고 체중 회복을 시도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일상생활에 불편이 있다면 체중 증량과 함께 비강 스프레이 등 약물치료를 먼저 시도할 수 있다. 상당수 환자는 이런 치료에 반응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계속되면 시술이나 수술을 고려한다.
대표적인 시술로는 고막에 종이를 덧대는 고막패치술이 있다. 고막의 움직임을 줄여 자신의 목소리나 숨소리가 울리는 증상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고막에 환기관을 삽입하는 고실내 환기관 삽입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런 치료에도 증상이 지속되면 이관 내부에 충전재를 주입하거나 이관 입구를 직접 막는 이관 폐쇄술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치료 방법은 환자의 증상 정도와 이관 상태, 직업적 특성 등을 종합해 결정해야 한다.
아이유 사례가 주목받은 이유는 이관개방증이 단순한 귀 먹먹함을 넘어 목소리를 쓰는 직업에는 직접적인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아이유는 팬 플랫폼을 통해 고질적인 이관개방증 증세가 악화됐고, 노래할 때 귀의 컨디션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인에게도 마찬가지다. 회의가 잦은 직장인, 수업을 하는 교사, 전화를 오래 받는 상담직, 발표가 많은 직업군이라면 이관개방증이 업무 집중도와 정신적 피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귀 먹먹함은 흔한 증상이다. 하지만 자신의 말소리나 숨소리가 귀 안에서 울려 들리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피로나 일시적 증상으로만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최근 체중이 급격히 줄었거나, 목소리를 많이 쓰는 직업인데 증상이 오래간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이관개방증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관개방증은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환자에게는 매우 괴로운 질환이다. 정확히 진단하고 원인과 증상 정도에 맞춰 치료하면 일상생활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