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설아 기자] MRI 검사에서 청신경이 보이지 않는 청신경 무형성 환아에게도 인공와우 수술 후 청각 반응이 확인됐으며, 조기 수술과 전극 위치 조정, 조기 기기 활성화를 결합한 ‘EMPES 접근법’을 적용한 환아에서 1년 뒤 청각수행력 점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연구팀은 MRI에서 청신경이 보이지 않는 선천성 난청 환아를 대상으로 EMPES 접근법을 적용해 청각 발달 결과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제1저자는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수지 전임의다.
청신경이 선천적으로 가늘거나 영상에서 확인되지 않는 상태는 청신경 결손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MRI에서 신경이 보이지 않는 상태를 청신경 무형성이라고 한다.
인공와우는 달팽이관에 전극을 삽입해 청신경에 소리 신호를 전달하는 기기다. 연구팀에 따르면 과거에는 MRI에서 청신경이 보이지 않는 경우 인공와우 수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여겨졌지만, 이후 MRI 검사만으로 청신경 유무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 수술 후 경과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변화해 왔다.
연구팀은 청신경이 정상인 환아의 청각·언어 발달에 활용되는 세 가지 방법을 하나로 묶어 ‘EMPES 접근법’으로 명명했다. 가능한 이른 시기에 인공와우 수술을 시행하고, 전극을 신경이 모여 있는 달팽이관 중심축에 최대한 밀착해 삽입한 뒤 수술 24시간 이내에 기기를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2011년 1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대병원에서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양쪽 청신경 무형성 환아 46명, 86귀를 분석했다.
이 가운데 수술 후 1년 이상 추적관찰한 36명을 대상으로 EMPES 적용군 24명, 48귀와 미적용군 12명, 20귀의 청각 능력 변화를 최대 48개월 동안 비교했다.
먼저 수술 중 인공와우 전극으로 청신경을 자극해 전기 반응인 ECAP가 나타나는지 확인했다. MRI에서 청신경이 보이지 않는 환아에서도 반응이 확인됐으며, 전극을 달팽이관 중심축 가까이에 위치시킨 경우 반응이 확인되는 지점이 더 많았다.
수술 1년 후 청각수행력(CAP) 점수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소리에 대한 반응과 말소리 이해 수준을 0점부터 7점까지 평가한 결과 EMPES 적용군은 평균 2.79점, 미적용군은 1.67점이었다.
1년이 지나도 말소리에 반응하지 못한 CAP 2점 미만 환자는 EMPES 미적용군에서 12명 중 6명이었다. 적용군에서는 24명 중 1명으로 집계됐다.
장기 추적관찰을 받은 일부 환아에서는 언어 지각 능력도 조사했다. EMPES 적용 환아 가운데 수술 후 48개월까지 관찰한 6명을 대상으로 입 모양을 보지 않고 듣기만 하는 검사를 시행한 결과 단어 정확도는 10~50%였다.
이 가운데 2명은 문장 단위 검사에서 각각 60%, 93.33%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다만 연구팀은 EMPES를 적용해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경우에도 청신경 무형성 환아의 언어 발달이 청신경이 정상적으로 발달한 다른 난청 환아보다 전반적으로 느렸다고 설명했다. 연구 대상 환아 수도 적어 추가 연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병윤 교수는 “청신경 무형성은 인공와우 수술의 예후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질환이었다”며 “EMPES 접근법이 이들 환아들에서 언어 발달에 중요한 시기의 청각 발달을 앞당기는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와우 수술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한 경우에는 청성뇌간이식을 검토할 수 있는 만큼, 조기에 수술을 시행하고 경과를 확인하는 것이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