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사업 전체 예산 중 키오스크 개선 지원사업 예산 0.056%… "소외계층에 대한 포용 필요"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파워=김소미 기자] 음식점에 들러 키오스크(Kiosk·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단말기)로 메뉴를 고른 후 스마트주문을 이용해 후식으로 먹을 커피까지 미리 사놓는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시도해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 상황이다. 기회비용 절감과 편리함을 강조하는 디지털 시대로의 빠른 전환은 장애인, 고령층, 저소득층, 농어민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마주하기에 높은 벽이다.
지난 7일 A씨는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엄마가 햄버거 먹고 싶어서 집 앞 버거킹 가서 주문하려는데 키오스크 잘 못 다뤄서 20분 동안 헤매다가 그냥 집에 돌아왔다”며 “(엄마가) 전화하며 화난다고 말하시다 엄마 이제 끝났다고 울었다”고 글을 올렸다.
이어 A씨는 “버거킹 직원에 대한 원망은 아니다. 모든 매장의 직원분들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다만 키오스크가 접근성 폭이 너무 좁게 형성되어 있지 않나”고 덧붙였다.
A씨가 올린 이 글은 11일 현재 2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공유하며 많은 네티즌들의 공감을 낳고 있다.
[사진캡쳐=트위터]
사회는 제대로 된 교육 없이 디지털 취약계층을 무조건적인 4차 산업혁명으로 잡아끌고 있다. 실제로 패스트푸드 전문점,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영화관 등에서는 대면 창구 수를 줄이고 무인 키오스크를 들여놓는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매장은 카드 결제만 받는다며 아예 대면 주문 창구를 막아놓기도 했다.
2019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고령층을 상대로 조사한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령대별로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 모바일기기 이용능력은 50대가 69%, 60대가 47%, 70대 이상이 13%로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이용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스마트폰 구동 방식과 흡사한 무인 키오스크 매장에서 주문을 할 경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같은 해 한국소비자원이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는 고령소비자 245명을 대상으로 불편한 점을 조사한 결과 ‘복잡한 단계’(51.4%)를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 단계 버튼을 찾기 어려움’(51%), ‘뒷사람 눈치가 보임’(49%), ‘그림·글씨가 잘 안보임’(44.1%) 등이 뒤를 이었다.
장애인계층 역시 난관에 부딪친다. 시각장애인들은 터치스크린 기반 키오스크에서 메뉴의 위치, 결제 버튼, 카드 투입구 등을 알 수 없다. 이를 안내하는 올록볼록한 점자나 음성안내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하반신장애인 역시 마찬가지다. 키오스크 평균 높이는 비장애인 성인 키에 맞춰져 있어 앉은 상태로 이용하기 어렵다. 취약계층인 장애인 접근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키오스크가 국내 최초로 도입된 지 15년 만에 문제점을 인식하고 행정사무정보처리용 무인민원발급기 표준규격을 개정했다. 그러나 개정 표준규격은 오는 7월부터 시행돼 전국에 있는 디지털 취약계층들이 편의기능을 사용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급물살을 타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살기 위해서’ 신문물에 적응해야 하는 디지털 소외계층은 정부조차도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지난해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정보접근성 개선 지원사업’에 배정한 금액은 정보화 사업 전체 예산 2800억3200만원 중 1억5800만원으로 고작 0.056%에 그쳤다.
정보취약계층에 대한 정부 차원의 유일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예산의 1%를 넘기지 못하는 금액을 배정한 것이다. 키오스크 개선 지원사업에 대한 예산 배정은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같은 금액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로의 대전환을 위해 발생하는 문제점은 적시에 해결하고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포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