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임원, 회의 도중 물건 던지고 추가 업무 등 부여...고인, 밤 10시 이후 야근·주말 근무
7일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이 네이버 분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최근 숨진 직원과 관련해 사측이 묵인·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파워=최병수 기자]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네이버 직원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을 가한 것으로 지목된 임원에 대한 문제가 과거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한성숙 대표 등 경영진이 참석한 회의에서도 거론됐으나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이하 ‘노조’)’은 네이버 분당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측은 “동료들의 증언 및 과거 사내 메신저 등을 조사한 결과 고인이 직속 상사였던 임원 A씨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고 2년 넘게 회사에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며 “A씨는 고인에게 회의 중 물건을 집어던졌고 스톡옵션 부여 등 인사권한을 앞세워 강하게 압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부당 갑질 행위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동료들이 시도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고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면서 “고인의 죽음은 회사가 지시하고 방조한 사고이며 명백한 업무상 재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 역시 고인의 죽음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3월 4일 이해진 GIO와 한성숙 대표가 참석한 회의에서 모 직원이 A씨를 책임 리더로 선임한 정당성에 대해서 질문했다.
이때 인사 담당 임원은 “책임 리더의 소양은 경영 리더와 인사위원회가 검증하고 있으며 더욱 각별하게 선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결국 약 3개월 뒤인 지난 5월 25일 고인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노조가 자체 조사한 결과 네이버 지도 서비스 부문에서 근무하던 고인은 밤 10시 이후 야근 및 주말 근무를 수행했고 식사 도중에도 업무 연락이 오면 늘 답변했다. 고인의 휴식시간은 하루 평균 1시간도 채 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A씨는 고인에게 지위를 이용한 부당 업무지시 및 폭언, 해결할 수 없는 무리한 업무지시 등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회의 도중 물건을 던지거나 고인에게 면박을 해 모멸감을 줬고 담당 업무 외 추가 업무를 부여하는 등 다수의 갑질 행위를 일삼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A씨는 직원 대상 평가·보상 등 인사 전반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를 이용해 고인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언급하면서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고인은 A씨가 조직장으로 있는 네이버 지도 서비스 개발팀 속해 중간 관리자 및 개발 실무 책임자 역할을 함께 수행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특별근로감독 진정을 제출했다.
노조의 기자회견 발표 후 네이버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직원 사망사고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