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자금 관리 체계가 가장 엄격해야 할 시중은행에서 이례적으로 600억원대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우리금융이 강조해온 ESG(환경·사회적·기업지배구조)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오는 3분기에 ESG평가결과 정기 등급을 부여할 예정이다.
통상 정기평가 다음 연도 1월·4월·7월에 등급위원회를 열어 해당 이슈를 반영한 등급으로 수시 조정하는 방식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기업지배구조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해 평가·연구하는 국내 대표 ESG평가기관이다. 매년 발표되는 ESG등급은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상장회사에서 ESG와 관련해 발생 가능한 위험 수준을 파악함으로써 투자의사 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ESG 경영 원년'을 선언하고 ESG 경영원칙 등을 제정해 ESG 경영 실천과 금융의 사회적 책임에 앞장설 것을 약속했다. 작년 3월에는 이사회 내 'ESG 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을 포함한 이사 전원이 참여해 ESG 경영 실행력을 강화한 바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우리금융지주가 조금씩 체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2020년 B+ 등급에서 2021년 A 등급을 부여했다. 우리금융지주는 환경, 사회 항목의 ESG 리스크는 낮았지만, 지배구조 항목에서는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요구됐다.
이런 가운데 이번 횡령 사태가 우리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의 문제로 밝혀질 경우 지배구조 영역에 대한 평가등급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정기등급을 부여한 이후에도 ESG 관련한 쟁점이 발생할 경우 분기별로 등급 조정이 가능하다.
앞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지난 1월 ESG 등급위원회를 열고 1천880억원 규모의 횡령 사태가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의 ESG 등급도 조정한 바 있다. 내부통제장치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등급을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28일 금융권과 경찰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날 내부 감사를 통해 직원의 수백억원대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직원은 10년 넘게 우리은행에서 재직한 사람으로, 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을 관리하는 기업개선부에서 일하면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614억원을 인출해간 사실이 파악됐다.
이러한 사례 등을 고려할 때 우리금융의 경우에도 이르면 오는 7월 등급위원회에 상정돼 등급 조정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