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HD현대중공업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군사기밀을 유출해 관련 직원들이 유죄판결을 받은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빼돌린 군사 기밀이 11건이나 더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6일 KBS는 현대중공업이 빼돌린 군사 기밀이 11건이나 더 있다며 별도의 서버에 보관하면서 수사에도 대비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2013년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해군 기밀 자료를 몰래 촬영한 뒤 이를 PDF파일로 변환해 회사 내부 서버를 통해 공유한 사실이 발각돼 혐의자 12명 중 9명이 기소돼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업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인식했던 건 당시 이들이 유출했다고 알려진 군사기밀 중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개념설계 1차 검토 자료가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개념설계에는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해군에 공급한 KDDX 함정의 내외부 구조와 이지스 전투체계 , 동력체계 같은 함정의 핵심구조와 성능, 부품 등이 상세히 들어있다. 한 마디로 경쟁사의 움직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직원 9명은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로 2020년 9월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이 재판은 지난해 11월19일 이중 8명의 직원에 대해 '집행유예' 등 유죄가 판결됐다.
하지만 법원 판결문을 못 구해 구체적인 혐의를 모른다는 이유로 정부 당국의 징계는 피해갔다.
문제는 HD현대중공업이 빼돌린 군사 기밀이 더 있었다는 것. KBS는 당시 법원의 판결문을 확인해보니 HD현대중공업이 빼돌린 군사 기밀은 이것만이 아니었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내 기술로 설계 개발한 한국형 잠수함 장보고함 관련 내용, 연평도 등 서북도서 지역 핵심전력이 될 특수침투정과 특수전지원함 관련 기밀 등 모두 11건이나 됐다.
여기에 HD현대중공업은 검찰 수사를 대비한 메뉴얼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입수한 기밀자료를 외부 서버 운용 업체를 활용해 별도의 비인가 서버에 보관해 왔고, 압수수색이 들어올 경우 서버의 존재 자체를 숨기기 위해 네트워크를 차단한다는 대응 매뉴얼도 만들었다.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2020년 국감에서 "법원 판결이 나와야 저희들이 제재도 하고 다음번 제안서 평가에서 감점도 하고 이렇게 아마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국회 국방위원)은 지난 6월 방위사업 입찰 업체 선정 과정에서 방위사업청장이 업체의 범죄경력이나 수사경력 조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방위사업청이 현대중공업의 기밀 유출 혐의 기소 여부를 모른 채 입찰을 진행한 것이 주된 이유로 안 의원은 “방산업체의 군사기밀 유출 등 범죄행위는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고 국방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심각한 행위”라며 “방위사업청은 방산업체들의 입찰 참가 자격을 강화하고, 사전에 범죄 혐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국감에서 "자신들도 최근 판결문을 확보했다"며 "계약심의회의를 통해서 부정당제재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위사업청은 또 "현중 특수선사업부에서 나스 서버 통해 은닉하고 따로 분리 저장도 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현중뿐만 아니라 방산업체 다른 부분도 있을 수 있어서 전반적 보안감사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