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장비 옵션을 재설정·업그레이드하는 '큐브'의 확률을 소비자 몰래 내린 넥슨코리아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등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넥슨코리아에 과징금 116억4200만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2010년 5월 유료 판매 아이템인 '큐브'를 메이플스토리에 도입했다. 확률형 아이템인 '큐브'는 이용자의 캐릭터가 보유한 장비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유료 아이템이다. 큐브는 메이플스토리 전체 매출액의 약 30%를 차지한다.
넥슨은 2010년 9월 기존 균등확률로 출현하던 잠재옵션의 출현확률에 가중치를 적용해 인기옵션이 덜 나오도록 하고도 이를 공지에서 누락했다.
넥슨은 2010년 5월 잠재능력 등급 시스템을 도입하고 '미라클 큐브'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큐브 사용 시 출현하는 각각의 옵션이 균등하게 나오도록 했다.
넥슨은 2010년 8월 인기옵션이 덜 나오도록 하는 내용의 큐브 확률 변경을 기획했다. 이에 따라 2010년 9월 게임 업데이트를 통해 큐브를 사용한 잠재옵션 재설정 시 가중치를 적용했다.
업데이트 당시 넥슨은 게임 서비스의 사소한 사항까지도 공개했으나, 큐브의 확률을 일부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한 사실은 공지에서 지속적으로 누락했다.
또 넥슨은 2011년 8월부터 2021년 3월까지 큐브 사용시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특정 중복옵션(소위 보보보, 드드드 등) 등을 아예 출현하지 않도록 확률구조를 변경하고도 그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넥슨은 2011년 8월 공지를 통해 큐브의 확률 구조 변경 사실에도 불구하고 '큐브의 기능에 변경사항이 없고 기존과 동일하다'는 내용으로 거짓 공지했다.
장비 등급 상승(등업) 확률을 임의로 낮춘 사실도 드러났다. 넥슨은 2013년 7월부터 장비의 최상위 등급(레전드리)을 만들고 해당 등급으로의 상승이 가능한 '블랙큐브'를 출시했다. 최초에는 등급 상승 확률을 1.8%로 설정했다가, 그 확률을 2013년 7~12월 1.4%까지 매일 조금씩 낮추고 2016년 1월에는 그 확률을 다시 1%로 낮추고도 그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장비에 부여되는 잠재 능력에는 등급이 있다. 등급은 레어→에픽→유니크→레전드리 순으로 높아지며, 높은 등급일수록 더 좋은 옵션의 잠재 능력이 나올 수 있다.
등업은 장비 옵션을 재설정하는 큐브 사용 시 일정 확률로 이뤄진다. 등급이 높아질수록 등업 확률도 낮아지는 구조다.
이용자 입장에서 장비능력을 빠르게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큐브 구입이 필수다. 심지어 큐브 구매에만 1년간 최대 2억8000만원을 소비한 이용자도 존재했다.
김정기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위반 기간 유저들이 구입한 (큐브) 금액이 한 5500억원 정도"라며 "반복구매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유저들이 원하는 옵션의 확률을 낮췄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만큼 지출이 더 많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넥슨의 또 다른 게임인 '버블파이터'에서도 뽑기형 아이템을 이용한 거짓·기만행위가 적발됐다. 2015년 2월 게임 내 이벤트인 '올빙고 이벤트'가 최초 진행될 당시에는 매직바늘을 사용하면 일정한 확률로 골드카드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17년 10월 10차 이벤트부터 2021년 3월 29차 이벤트까지는 매직바늘 1∼4개 사용 시까지 골든 숫자 카드를 획득할 확률이 0%로 변경됐다. 매직바늘을 4개 사용할 때까지는 '당첨'이 절대 나오지 않고, 5개째부터 일정 확률로 '당첨' 아이템이 나오는 구조로 변경된 것이다. 넥슨은 이런 확률 변경을 숨긴 채 이벤트 관련 공지에 '매직바늘 사용 시 골든 숫자가 획득된다'는 거짓 내용을 올렸다.
또 확률공개 시 문제될 것으로 보이자 마치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오류수정'이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새로운 올빙고 이벤트 진행 과정에서 정상적인 확률만을 공개하는 등 과거의 위법행위를 은폐했다.
공정위는 넥슨이 소비자 선택 결정에 중요한 정보인 확률 관련 사항들을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알리는 기만적인 방법으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해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넥슨에 향후 금지명령과 함께 영업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 116억4천2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영업정지 6개월 제재를 부과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서비스 정지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과징금으로 대체한다는 의미다.
이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부과된 과징금 중 역대 가장 높은 액수다. 종전 최고액은 2019년 음원상품 허위 광고와 관련해 카카오에 부과된 1억8천500만원이었다.
공정위는 "온라인 게임시장에서의 소비자 기만행위 등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를 지속해 감시하고, 공정한 게임시장 기반이 마련될 수 있도록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