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뉴스=최병수 기자) 지난해 실질적인 나라 살림살이 수준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87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건전재정 원칙을 강조하며 법제화를 추진한 재정준칙도 스스로 지키지 못한 꼴이 됐다.
정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국가결산보고서는 감사원 결산 검사를 거쳐 5월 말에 국회에 제출된다. 우리나라의 세입·세출과 재정, 국가채무 등을 확정하는 절차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87조원 적자로 집계됐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일시적으로 흑자를 보이는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한 것으로, 실질적인 나라의 재정 상태를 보여준다.
전년 결산보다 30조원 줄었지만 지난해 예산안 발표 당시 예산안(58조2000억원)보다는 약 29조원 많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였다. 지난해 예산안(2.6%)보다 1.3%포인트(p) 높다.
지난해 경기 불황에 따른 역대급 세수 감소 영향으로 작년 예산안과 비교하면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6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전년보다 27조8000억원 줄었지만 지난해 예산(13조1000억원)보다는 약 23조원 많았다. GDP 대비 적자 비율은 1.6%로 작년 예산안(0.6%)보다 1.0%포인트(p) 확대됐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는 역대 최대치였던 2022년의 적자규모(117조원)보다 30조원 줄었지만,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중은 -3.9%로 목표치를 훌쩍 넘겼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법제화를 공언한 재정준칙(관리재정수지 GDP의 3% 이내 관리)도 지키지 못하는 수치다.
김명중 기획재정부 재정성과심의관은 "민생회복·경제활력 지원을 위해서 재정이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로 볼 수 있다"라며 "세수 감소만큼 지출도 같이 줄이면 관리재정수지를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총세입은 497조원으로 전년도 결산 대비 77억원이 감소했다. 이 중 세금으로 걷힌 국세 수입(344조1000억원)은 전년 대비 51조9000억원 줄었다. 총세출은 490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9조3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총세출은 490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9조3000억원(12.4%) 감소했다. 예산 대비 실제 세출 액을 뜻하는 집행률은 90.8%에 그쳤다.
총세입에서 총세출과 '다음 해 이월액'(3조9000억원)을 뺀 세계잉여금은 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364억원, 나머지는 모두 특별회계 세계잉여금이다. 이 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교육교부금으로 전액 집행됐다.
세계잉여금이 채무 상환에 한 푼도 사용되지 못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한편 국가결산 보고서 발표가 4·10 총선 이후로 미뤄진 것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가결산 보고서가 4월 10일을 넘겨 발표되는 것은 국가재정법이 제정된 200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0일이 공휴일일 경우 민법을 준용하도록 한 행정기본법에 근거해 11일까지 국가결산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