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뉴스=이강율 기자) (갤러리 자인제노 제공)
유럽의 오래된 건물에는 대개 시계가 있다. 시계가 있는 건물들은 종교적 정치적 사회적 상징성을 띠고 있는데 높은 건물을 짓고 그 위에 시계를 설치하는 데는 단지 시간을 알려주기 위한 기능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것에 작가는 천착한다. 2024년 12월19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창성동 갤러리자인제노(기획:이두선)에서 이원철 작가는
전을 통해 시계의 상징성과 시간의 의미를 탐구하게 된다.
현대사회 특히 대도시에서 시곗바늘의 지침에 따라 생활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을 반추해 본다. 전제군주나 종교가 지배하던 시대에는 권력의 상징이 되었고 오늘날은 모든 일상의 기준이 되는 '시계‘라는 오브제를 통해 시간의 의미를 찾고자한다.
(갤러리 자인제노 제공)
이원철 작가는 시계 속에 시간이 존재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 농촌 생활을 예로 들면,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시계 속의 시간은 무의미하다. 계절마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 다르기 때문에 그들에게 필요한 건 자연의 시간이다. 동지와 하지의 해가 떠 있는 시간을 비교해 보면 6시간가량 차이가 난다. 6시간의 차이는 도시에선 오차라고 할 수 없을 만큼 큰 시간의 폭이다.”라고 답한다. 그에게 있어 시간은 모든 곳에 존재하지만 장소나 상황에 따라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는 시계를 통해 시간에 대한 담론을 풀어내고, 시계 속에서 시간의 존재를 유추하고 추출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이미지로 설명하자면 시계 속에서 시간을 지시하는 시계 바늘을 사라지게 하고, 주변의 변화 (사람들의 움직임, 나뭇가지의 흔들림, 구름의 흐름)를 통해 시간을 보여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렇게 생성된 이미지 속에 시계는, 눈금만 존재하고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바늘은 사라지게 되며, 그 이미지는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되고 시간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 작가의 말이다. 아울러 사진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시계에 대한 기록적 의미도 갖는 전시로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는 연말에 잘 어울리는 전시다.
이원철 李 源 喆 Lee, Won-Chul,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사진디자인 전공 조교수는 서울예술대학과 호주의 RMIT University에서 사진을 전공했고,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동 대학원에서 사진학 박사를 수료했다.
(갤러리 자인제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