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7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서 선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위법한 행위’라고 결정했다. 다만 헌재는 마 후보자에게 직접 재판관 지위를 부여해달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헌재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최 권한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일부 인용 결정을 내리며 이같이 밝혔다.
헌재는 “청구인(국회)이 선출한 마은혁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의해 부여된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특히 헌재는 “최 권한대행은 청구인이 재판관으로 선출한 인물이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서 정한 자격 요건을 갖추고, 선출 과정에 위법한 하자가 없다면 이들을 임명해 재판관 공석을 해소해야 할 구체적 작위 의무를 부담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권한대행)은 국회가 선출한 사람에 대해 임명을 임의로 거부하거나 선별할 수 없다”며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선출과정이 위법한 경우에만 임명을 보류하고 재선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권한대행 측은 ‘마 후보자 선출 과정에서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지만, 헌재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여야가 재판관 후보자를 선출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인사청문회 전까지 관련 절차를 진행했으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로 정치 상황이 급변해 국민의힘이 불참했기 때문에 ‘협의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헌재는 마 후보자에게 재판관 지위를 부여해달라는 지위확인 등은 각하했다. 헌재는 “이는 헌재로 하여금 마은혁에게 재판관이라는 법적 지위를 직접 부여하라는 결정”이라며 “헌재가 권한침해 확인을 넘어 일정한 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헌법 및 헌재법상 근거가 없으므로 부적법하다”고 설명했다.
국회는 지난해 헌법재판관 후보로 정계선·마은혁·조한창 후보자를 선출했다. 그러나 최 권한대행은 임명을 미루다가 12월 31일 정계선·조한창 후보자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의 임명은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류했다. 이에 우 의장은 “국회의 헌재 구성권과 재판관 선출권이 침해됐다”며 지난달 3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가 이번 결정에서 ‘최 권한대행에게 마 후보자를 임명할 작위 의무가 있다’고 못박으면서, 그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66조에 따르면 헌재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 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했을 때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선고가 끝난 뒤 국회 측 대리인 양홍석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명백해진 만큼, 대통령 권한대행이 신속히 후속 절차를 진행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 측 이동흡 변호사는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본 헌재의 판단은 여러 면에서 학계·실무계에서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