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증권신고서를 반려한 구체적인 사유를 공개하며, 유상증자와 관련한 그룹 내 지분구조 재편 및 경영 승계와의 연관성 등을 투자자에게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은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현안 브리핑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 중 유상증자를 선택한 이유와 증자 시점, 자금 사용 목적 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증자 전후 계열사 지분구조 재편의 배경과 증자와의 연관성, 회사에 미치는 영향 또한 상세히 기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0일 3조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해외·국내 방산, 조선, 무인기 엔진 등 미래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금감원은 일주일 뒤인 27일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다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특히 유상증자 전후로 발생한 계열사 지분 매입과 경영승계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발표 직전, 약 1조3,000억 원을 들여 한화오션 지분 7.3%를 한화임팩트파트너스 및 한화에너지로부터 매입했다. 또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최근 ㈜한화 지분 22.65% 중 절반가량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에 대해 시장에서는 "회사가 보유한 자금을 계열사 지분 확보에 사용하고, 정작 필요한 투자금은 주주들에게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함 부원장은 "지분 이동, 경영승계 등과 관련된 사정은 투자자가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신고서에 불충분하거나 불성실한 부분이 있다면 재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유상증자를 무조건 제지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함 부원장은 “유상증자는 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자금조달 수단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다만 주주가치 희석이라는 단기 악재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금감원은 향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정정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이를 면밀히 검토할 방침이다. 3개월 이내 정정 신고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유상증자는 자동 취소되지만, 한화 측은 유상증자 완주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