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탄핵·조기 대선 등으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5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는 오히려 거래가 급증하고 신고가를 경신하는 이례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서울에서 50억원 이상에 거래된 아파트는 총 16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3건)과 비교해 2.2배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10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거래도 6건에서 8건으로 늘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24일부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후 일반 아파트 거래는 급속히 위축됐지만, 고가 아파트 시장은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무풍지대’로 평가받으며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고가 아파트 거래는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반포동에 집중됐다. 반포동에서는 56건(34%), 압구정동에서는 44건(30%)이 거래됐고, 뒤이어 영등포구 여의도동(12건), 강남구 대치동(11건) 순이었다. 특히 반포동은 지난해 같은 기간(13건, 18%)보다 거래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초고가 아파트 거래는 용산구 한남동에 집중됐다. 올해 들어 거래된 최고가 아파트는 지난달 매매된 ‘한남더힐’ 전용 243.2㎡로, 거래가는 175억원에 달했다. 이어 ‘나인원한남’ 전용 244.3㎡가 158억원에,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59.6㎡는 135억원에 거래되며 모두 신고가를 기록했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54.97㎡도 2월 100억원에 손바뀜하며 마찬가지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처럼 고가 아파트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는 배경으로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가 갈수록 강해지는 가운데, 자산가들의 갈아타기 수요와 기존 빌딩 투자 수요가 아파트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점이 꼽힌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자산가들 사이에선 주택이 단순한 거주나 투자 목적을 넘어서 상징적인 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특히 한강 조망이 가능한 신축 아파트처럼 희소성이 높은 주택에 대한 수요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책 불확실성과 규제 강화 속에서도 서울 고가 아파트는 예외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거래가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잇따른 신고가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기존의 주택 시장과는 다른 차원의 고급 부동산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