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스마트폰, 노트북 등 주요 IT 제품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국내 전자·부품 업계가 한숨 돌리게 됐다. 그러나 반도체 등 일부 핵심 품목은 여전히 관세 리스크에 노출돼 있어,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를 통해 스마트폰, 노트북, 하드디스크, 컴퓨터 프로세서, 메모리칩,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을 상호관세 대상에서 일시적으로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는 부과되던 125%, 기타 국가에는 10%에 달하던 관세가 해당 품목에는 당분간 유예된다.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애플에 디스플레이, 이미지센서,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부품 계열사들은 일정 부분 불확실성을 덜게 됐다.
삼성전자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모바일사업부(MX) 내부는 관세 유예 소식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PC 부품에 대한 관세가 유예된 것은 고무적이나,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언제든 바뀔 수 있어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애플의 경우 상황이 모호하다. 뉴욕타임스(NYT)는 펜타닐 등 마약 문제 대응 명목으로 부과된 '10%+10%' 관세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보도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산 스마트폰에 대해 여전히 20% 관세 부과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전했다.
국내 ICT 당국도 “애플에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하는 국내 부품업계 입장에서 관세율이 최대 145%까지 거론되던 상황에서 큰 부담이 덜어진 것”이라면서도 “향후 미국 정부의 입장 변화가 있을 수 있어 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반도체 업계는 보다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반도체 관세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고, 백악관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반도체에 대한 별도 관세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관세 유예 조치에 반도체 제조 장비가 포함되면서 삼성전자가 미국 내 건설 중인 대규모 반도체 공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스마트폰과 노트북 가격 상승 우려가 완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에 대한 걱정도 다소 줄었다.
그럼에도 업계는 안도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범용 메모리 수요나 장비 투자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여전해 쉽게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제조업계는 이번 조치로 당장의 수출 환경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했지만,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전략 품목에 대한 미국의 통상정책 방향성에 따라 향후 영향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업계 모두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