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지난달 국내 수입물가가 두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전자·금속 제품 가격 오름세에 힘입어 수출물가는 한 달 만에 상승 전환됐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25년 3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에 따르면 3월 수입물가지수(2020년 수준=100, 원화 기준)는 143.04로, 2월(143.60) 대비 0.4% 하락했다. 수입물가는 지난해 10월부터 넉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다가 2월(-1.0%)에 하락 전환된 데 이어 3월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수입물가 하락은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컸다. 지난달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72.49달러로, 2월(77.92달러)보다 7.0% 내렸다. 원/달러 환율은 2월 평균 1,445.56원에서 3월 1,456.95원으로 0.8% 상승했지만, 유가 하락 폭이 더 커 수입물가를 끌어내렸다.
용도별로는 원재료가 전월보다 3.3% 하락했으며, 광산품(-3.7%), 석탄·석유제품(-3.2%), 원유(-6.2%), 나프타(-3.9%) 등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중간재(0.7%), 자본재(1.6%), 소비재(0.9%)는 전월 대비 상승했다.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3월 수입물가가 전월 대비 1.4%, 전년 동월 대비 4.9% 하락했다.
이문희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 물가통계팀장은 “3월 수입물가는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광산품 중심의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환율 상승으로 일부 품목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4월 들어서도 국제유가는 전월 대비 약 5.4% 하락 중이며, 환율은 0.3% 정도 소폭 상승한 상황”이라며 “현 추세가 유지된다면 유가 하락 영향이 수입물가에 더욱 크게 반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입물가는 일반적으로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만큼, 향후 국내 소비자물가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3월 수출물가지수는 135.00으로 2월(134.56)보다 0.3% 상승했다. 지난해 9월 이후 다섯 달 만의 상승 전환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6.3% 올랐다.
수출물가 상승은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1.2%), 1차금속제품(2.0%), 농림수산품(1.6%) 등의 가격 상승이 주도했다. 플래시메모리(6.1%), 전동기(5.7%), 동정련품(5.1%)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3월 수출물가가 전월 대비 0.7%, 전년 동월 대비 2.5% 하락했다.
수출입 물량 지수도 증가세를 보였다. 3월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4%, 수출금액지수는 0.9% 상승했다. 수입물량지수는 기계·장비, 전자기기 증가에 힘입어 5.1% 상승, 수입금액지수는 1.8% 올랐다.
교역조건도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3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가격(-2.4%)보다 수입가격(-3.2%) 하락폭이 더 커 전년 동월 대비 0.8% 상승했다. 이로써 해당 지수는 21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와 수출물량지수 상승에 힘입어 전년 동월보다 4.3%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