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이 최근 발생한 사이버 침해 사고 대응 차원에서 28일 오전 10시부터 전국 T월드 매장 2,600여 곳과 주요 공항 로밍센터에서 유심(USIM) 무료 교체를 본격 시작했다. 이번 조치는 고객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해킹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고 고객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SK텔레콤은 현재 약 100만 개의 유심 재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음 달 말까지 약 500만 개를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다만 SK텔레콤 가입자 2,300만 명과 자사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 187만 명 등 교체 대상자가 약 2,500만 명에 달해, 당분간 재고 부족에 따른 혼란이 예상된다.
고객은 전국 T월드 매장이나 공항 로밍센터를 방문해 유심을 교체할 수 있다. 특히 해외 출국자가 많은 인천국제공항 로밍센터는 인력을 50% 증원해 대응에 나선다. SK텔레콤은 매장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 예약 신청 시스템도 운영한다. 고객이 희망 매장을 선택해 예약하면, 신청 순서대로 유심을 교체해준다.
유심 교체와 별도로 SK텔레콤은 '유심보호서비스' 가입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해킹 조직이 유심 정보를 탈취·복제하더라도 타 기기에서 고객 명의로 통신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와 협력해 2023년 개발된 이 서비스는 유심 교체와 동일한 피해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체 가입자 2,300만 명 중 약 24%인 554만 명이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한 상태다. SK텔레콤은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이 불법 유심 복제로 피해를 입을 경우 100% 책임지고 보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18일 SK텔레콤이 악성코드를 통한 해킹 공격으로 일부 이용자 유심 관련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하면서 시작됐다. 유출된 정보는 가입자별 유심을 식별하는 고유식별번호 등으로 알려졌으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경찰이 조사를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은 사고 초기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권장했지만, 고객 불안이 커지자 25일 전격적으로 유심 무상 교체를 결정했다. 특히 유심 교체가 시작되기 전 일부 대리점에 고객이 몰려 대기 행렬이 발생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고, 19~27일 사이 자비로 유심을 교체한 고객에게는 추후 비용을 환급할 방침이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SK텔레콤 조치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과기정통부는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국제선 출국이 가능한 공항에 유심 교체 부스를 추가 설치하는 등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사이버 침해 사고로 고객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고객 우려를 해소하고 이번 사고가 조기에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해킹 이후 비정상 인증 시도를 차단하는 이상금융거래탐지(FDS) 시스템을 최고 수준으로 격상해 운영 중이며, 현재까지 피해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들에 휴대전화 본인인증 및 문자메시지 인증만으로 인증 절차가 완료되지 않도록 추가 인증 수단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으며, 일부 보험사들은 SK텔레콤 인증을 중단하는 등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