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촉발된 가입자 이탈 사태로 통신업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유심(USIM) 무상 교체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이틀간 7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경쟁 통신사로 번호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SK텔레콤 가입자 3만5,902명이 KT와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을 했다. 전날인 28일에는 3만4,132명이 이탈해 이틀간 총 7만34명이 떠났다. 같은 기간 SK텔레콤 신규 가입자는 1만1,991명에 그쳐 순감 규모는 5만8,043명에 달한다.
29일 하루 동안 KT로 이동한 2만1,002명 중 2만294명, LG유플러스로 이동한 1만6,275명 중 1만5,608명이 SK텔레콤에서 이동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날 KT와 LG유플러스에서 SK텔레콤으로 이동한 인원은 3,262명에 불과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1만8,829명, 1만3,811명의 순증을 기록하며 SK텔레콤의 이탈 수요를 고스란히 흡수했다.
이같은 대규모 이탈은 SK텔레콤이 해킹 사실을 문자 등으로 적극 공지하지 않은 데 대한 실망감과, 유심 재고 부족 상황에서 무상 교체 서비스를 시행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해킹 사고 이후 첫 주말에는 하루 1,000명대였던 순감 규모가 평일 들어 2만∼3만 명대로 급증한 상황이다.
시장 1위인 SK텔레콤이 흔들리자 2위와 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가입자 유치를 위한 보조금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갤럭시 S25 기본 모델을 무료 제공하고 최대 33만 원의 페이백을 제시하는 등 파격 조건이 등장했다. SK텔레콤 역시 대리점을 통해 보조금 확대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휴대전화 유통질서 교란 우려에 따라 보조금 과열 행위를 모니터링 중이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사전승낙 철회나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예고했다.
한편, 신한투자증권은 전날 보고서에서 유심 교체 비용만으로도 SK텔레콤이 약 1,000억∼2,000억 원의 재무 부담을 질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주장하는 가입자들의 집단소송이 시작되면서 관련 소송비용까지 감안하면 전체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K텔레콤 해킹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 가입자는 이미 5만 명에 달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인당 1,000만 원의 위자료를 요구하는 소송도 접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