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년 한국의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OECD는 12일 발표한 ‘경제전망(Economic Outlook)’에서 2026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98%로 제시했다. 올해 전망치인 2.02%보다 0.04%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보유한 노동력, 자본, 기술 등을 최대한 활용했을 때 인플레이션 없이 달성 가능한 성장률로, 국가 경제의 기반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이번 OECD 전망은 국회 예산정책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기관의 분석과도 맥을 같이 한다. 예정처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올해 잠재성장률을 1.9%로 전망하며 하향 추세를 언급했고, KDI는 지난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5~203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5%로 예측했다. 이는 2022년 발표 당시의 2.0%보다 큰 폭으로 낮아진 수치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자본 투입 위축, 그리고 기술혁신 정체에 따른 총요소생산성 저하로 요약된다. 특히 노동 투입 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력과 자본, 기술 투입이 일정 수준 유지돼야 하는데, 현재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투자 부진, 혁신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폭은 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OECD에 따르면 2017~2026년 사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3.00%에서 1.98%로 1.02%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는 37개국 중 7번째로 큰 낙폭이다. 이보다 낙폭이 큰 국가는 튀르키예, 체코, 에스토니아 등 대부분 경제 규모가 한국보다 훨씬 작은 국가들이다.
반면 같은 기간 프랑스(0.92→1.04%), 이탈리아(0.03→1.22%), 스페인(1.03→1.74%) 등은 잠재성장률이 오히려 상승했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은 2.2~2.4%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2022년부터 5년 연속 미국보다 낮은 잠재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선진국이 신흥국보다 잠재성장률 하락에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한국이 고령화 속도를 줄이고 혁신 기반을 확대하지 않는 한, 성장 둔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