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딜로이트, ‘메가 샌드박스’ 보고서 발표… 제조 AI·첨단 모빌리티·관광·금융 등 12개 지역 맞춤형 메뉴 제시
대한상공회의소건물전경/사진=연합뉴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8일 딜로이트 컨설팅과 공동으로 연구한 '새로운 대한민국의 지방혁신 레시피, 메가 샌드박스' 보고서를 공개하고, 저출생·저성장·지역소멸 등 구조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통합 솔루션을 제시했다고 19일 밝혔다.
대한상의는 “지역을 글로벌 수준의 실험 공간으로 바꾸는 혁신 메뉴를 지자체에 추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대한민국의 국가전략기술과 고경쟁력 산업을 융합해 180개의 아이디어 세트를 도출한 뒤, 이를 바탕으로 실제 추진 가능성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반영한 12가지 실행 메뉴를 지역별로 정리했다. 이 중 대표적인 4가지 모델은 다음과 같다.
▷ 메뉴① ‘제조업+AI’...“대한민국 제조업, 이제는 AI와 함께 먹어야 진수성찬”
한국 제조업의 전통적 강점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제조AI’는 보고서가 제시한 대표 혁신 메뉴다. 자동차·조선·기계·석유화학 등 기간산업이 밀집한 울산, 창원, 포항, 광양, 여수 등의 산단과 특구는 AI 기술 접목을 통해 스마트 제조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주요 후보지로 꼽힌다. 딜로이트는 “한국은 산·학·연 제조 클러스터가 고루 발달해 AI 융합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 메뉴② ‘첨단 모빌리티+로봇+자율주행’...“280조 모빌리티 시장에 420조 로봇산업을 더하면?”
모빌리티와 로봇, 자율주행, 유통 등 미래산업을 결합한 ‘첨단 모빌리티’ 모델은 전후방 산업 파급효과가 크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자동차부품과 로봇산업 기반이 있는 대구·경북, 넓은 부지를 보유한 새만금(전북)은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조성과 관련 인프라 확충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 메뉴③ ‘한국형 나오시마’...“섬과 예술, 스마트기술이 만나는 곳… 남해안·서해안에 주목”
일본 나오시마섬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나오시마’ 모델은 섬과 육지, 섬과 섬을 연결하는 교량에 IoT, 공간 스마트화 기술 등을 접목하고, 교량 디자인 실험도 허용하자는 구상이다. 기존 산업 인프라가 부족한 남해안과 서해안 도서 지역이 관광·문화 중심지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제안됐다.
▷ 메뉴④ ‘금융 Haven(피난처)’...“제주·부산·전북에 금융 클러스터… 외국 자본 유치 플랫폼 제시”
두바이의 국제금융센터 사례를 응용한 ‘금융 Haven’ 모델은 외환·가상자산·NFT 등을 아우르는 금융 자유구역을 조성하고, 외국인 투자자 유입을 위한 규제 완화와 역외금융센터 설치 등을 추진하자는 내용이다. 후보지로는 국민연금공단이 위치한 전북, 금융허브화를 추진 중인 부산, 독립성과 국제성이 강한 제주도가 거론됐다.
대한상의는 보고서에서 지역별 메뉴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공통적으로 들어가야 할 핵심 구성 요소 5가지를 강조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달 <미래 사회로 가는 길, 메가 샌드박스> 다큐멘터리에서 메가 샌드박스를 실현할 필수 5대 구현요소를 제안한 바 있다.
보고서는 ①메가 샌드박스 내 파격적 규제혁신(규제를 전국적으로 푸는 것보다 저비용), ②민간이 원하는 과감한 인센티브(지자체에 대한 권한 이양이 선결), ③글로벌 인재 유치(대학교육이 취업까지 연계), ④글로벌 정주여건(주거, 교육, 교통, 의료, 문화 등), ⑤이젠 모든 기업의 필수 아이템인 ‘AI 인프라’(데이터 센터, 전력요금 차금 적용 등)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지역이 신산업을 유치하려면 단순 인프라가 아니라 규제 해소, 인재 확보, 생활환경까지 맞춤형으로 갖춰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 지자체, 기업이 함께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 기반 메가시티 구상은 나오고 있지만 민간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고 있다”며 “지방소멸, 인구 감소, 산업 고도화 같은 문제는 다음 정부도 피해갈 수 없는 과제인 만큼, 74개 지역 상공회의소와 함께 논의의 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