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국 경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동반 부진 속에 내수 소비와 설비투자마저 꺾이면서 경기 회복 흐름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산업 전반의 활동이 위축된 가운데, 반도체 생산이 한 달 만에 다시 뒷걸음질치고, 소비는 통신기기·의복 등 주요 품목에서 줄줄이 감소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8% 감소했다. 이는 광공업(-0.9%)과 서비스업(-0.1%), 건설업(-0.7%) 등에서 생산이 모두 줄어든 영향이다.
4월 광공업 생산 감소는 주력 산업인 반도체(-2.9%)와 자동차(-4.2%)가 동시에 위축된 데 기인한다. 반도체는 지난 3월 12.2% 급증하며 회복 조짐을 보였으나, 플래시메모리·D램 등 메모리 제품 생산이 다시 감소하며 반등 흐름이 꺾였다.
자동차 역시 기타 친환경차와 특수목적차 부문의 생산 감소로 전월 대비 4.2% 하락했다. 전자부품도 -6.0%로 크게 줄었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자동차는 기타 친환경차나 특수목적용 등 완성차 중심으로 감소했다"며 "3월부터 조지아 공장이 본격 가동되고 관세 영향도 반영돼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반도체(21.8%)와 기타운송장비(29.5%)가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며 광공업 전체는 4.9%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수요 회복 기대감 속에 대외 의존도가 큰 품목들이 연간 흐름에서는 반등 국면에 있음을 시사한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3.8%로 전월보다 0.7%포인트 하락하며 둔화세를 반영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1.3%)와 운수·창고(2.1%)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문·과학·기술서비스(-3.6%)와 금융·보험(-1.2%) 부진에 발목 잡혔다. 연구개발, 건축기술, 엔지니어링 등 고부가 서비스가 줄어들며 전체 서비스업은 전월보다 0.1%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사업시설관리·임대(-3.0%)나 숙박·음식점(-2.5%) 등이 줄면서 전체 서비스업 증가율은 0.7%에 그쳤다. 특히 숙박업은 전년 동월 대비 -6.3%로 부진이 이어졌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9% 감소했다. 특히 의복(-2.0%), 통신기기·컴퓨터(-1.4%), 의약품(-0.3%) 등 모든 품목군에서 감소세를 나타냈다. 판매 감소는 백화점(-3.5%), 대형마트(-2.3%), 전문소매점(-2.5%) 등 대부분 업태에 고르게 나타났으며, 온라인 중심의 무점포 소매(-1.2%)도 감소로 전환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승용차(4.7%) 등 일부 내구재를 제외하면, 의복(-5.9%), 면세점(-5.2%) 등 대부분이 감소하거나 보합세에 머물렀다. 이는 소비 심리가 아직 본격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했다는 점을 반영한다.
소매판매액(경상금액 기준)은 53조2929억 원으로 전년보다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온라인 부문의 완만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채널 위축이 전체 흐름을 제한했다.
설비투자도 기계류(-4.5%)가 운송장비(9.9%) 증가를 상쇄하며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이 3월 110.8백만달러에서 4월 50.2백만달러로 반토막 나며, 기계류 투자를 크게 끌어내렸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전체 설비투자가 8.4% 늘어 연간 회복세는 유지되고 있다.
국내기계수주도 민간 부문(18.0%)은 증가했으나, 공공 부문(-44.6%) 부진으로 전년보다 8.6% 증가에 그쳤다. 특히 공장·창고 건축, 기계설치 등에서 수주가 줄며 향후 공사 실적에 부담이 예상된다.
건설기성은 건축(-3.1%) 부문 부진으로 전월보다 0.7%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건축(-23.0%)과 토목(-12.6%) 모두 줄어 20.5% 급감했다. 여기에 건설수주액도 전년보다 17.5% 줄면서 향후 건설 경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3포인트 상승하며 경기 반등 신호는 유지됐다. 다만 소비와 설비투자의 동반 감소 속에 반도체 중심의 산업 회복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이두원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4월 주요지표는 관세 영향 등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소비심리 회복 지연이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건설업 부진 등으로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