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 능력이 있음에도 세금을 고의로 내지 않고 호화생활을 이어가는 고액상습체납자들이 국세청의 집중 단속 대상이 됐다. 국세청은 이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현장 조사와 법적 대응을 통해 은닉 재산을 추적하고 철저한 징수에 나선다고 10일 밝혔다.
국세청은 위장이혼, 종교단체 기부 악용, 편법배당 등 변칙적인 수법으로 강제징수를 회피하거나, 차명계좌 및 대여금고에 재산을 숨긴 채 해외 도박, 명품 소비 등 사치생활을 이어온 체납자 710명을 집중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국세청은 체납자의 재산은닉 수법이 지능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세무서 추적조사 전담반을 확대하고 지방청과의 합동 수색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빅데이터 기반 ‘실거주지 분석시스템’과 AI 기반 추적조사분석시스템을 통해 조사 대상을 정밀하게 선별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체납자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유형 1: 위장이혼·편법기부 등 강제징수 회피 체납자(224명) 서류상 이혼 후 배우자에게 재산을 이전하거나, 특수관계 종교단체에 기부해 징수를 피하는 방식이다. 일부는 법인의 배당가능이익을 부풀려 계획적으로 세금을 체납한 뒤 편법 배당으로 자산을 빼돌렸다.
유형 2: 차명계좌·대여금고 이용한 은닉 체납자(124명) 사업소득을 가족 명의로 수령하거나 차명 부동산을 보유한 경우, 고액 현금과 수표, 금괴 등을 VIP 대여금고에 숨긴 사례 등이 해당된다.
유형 3: 도박·명품·고가주택 등 호화생활 체납자(362명) 해외 도박장 인근 호텔에서 현금을 인출하거나, 주소지를 위장해 고가 주택에서 거주하며 명품 소비를 일삼는 등 사치생활을 즐긴 경우가 대표적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이 같은 재산추적조사를 통해 총 2조8000억 원의 체납세금을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현장 수색 2064회, 민사소송 1084건, 체납처분 면탈 혐의로의 범칙처분 423건이 이뤄졌다.
국세청은 “고의적 재산은닉과 사치행위는 조세정의를 훼손하는 반칙행위”라며 “고액체납자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명단공개, 재산압류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세청은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생계형 체납자에 대해서는 분납 유도와 함께 납부기한 연장, 압류 유예, 세금 감면 등 세정지원을 병행할 방침이다. 특히 연 5000만 원 이하 체납을 안고 폐업한 납세자가 재기하는 경우에는 최대 5년 분납과 가산세 면제 혜택도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