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정부가 처음 내놓는 경기 진단에서 한국 경제는 물가와 재정 부문에서 다소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실물경기 전반에서는 여전히 뚜렷한 하방 압력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부진, 소비 심리 위축, 투자 부진 등 복합적 요인이 회복세를 제약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 둔화와 통상 리스크 심화도 외부 수요에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가 13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 따르면, 4월 산업활동지표는 생산·소비·투자 부문 모두 부진을 나타냈고, 5월 수출은 1.3% 감소, 물가 상승률은 둔화, 고용은 소폭 개선되는 등 전반적으로 상반된 흐름이 확인됐다.
4월 전(全)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8% 감소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광공업 생산은 △0.9%, 서비스업은 △0.1%, 건설업은 △0.7% 각각 감소했다.
특히 광공업 내 반도체(△2.9%), 자동차(△4.2%), 전자부품(△6.0%) 등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건설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20.5% 급감하면서 내수 회복 지연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소비지표인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9% 줄며 2개월 연속 감소했다. 내구재(△1.4%), 준내구재(△2.0%) 모두 부진했고, 카드 승인액도 백화점(△0.5%), 할인점(△5.9%) 등 주요 유통 채널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5월 수출은 조업일 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 줄었다. 다만 일평균 수출액은 26억6000만 달러로 1.0% 증가해 일부 선방했다.
반도체(21%)는 증가했으나 자동차(△4%), 철강(△12%), 이차전지(△18%)는 감소했다. 지역별로도 미국(△8%), 중국(△8%)이 줄어든 반면, EU(4%), CIS(35%) 등은 증가했다.
수입은 에너지 부문 부진 등으로 5.3% 감소하면서 5월 무역수지는 69.4억 달러 흑자를 기록, 4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5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4만5000명 증가하며 고용 회복세를 보였다. 고용률은 63.8%, 실업률은 2.8%로 안정적 흐름을 나타냈다.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금융·보험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중심으로 취업이 늘어난 반면, 제조업(△6.7만 명), 건설업(△10.6만 명) 등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6.6%로 전월 대비 0.7%p 하락했으나 여전히 전체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다. 비임금근로자 중 자영업자와 일용직은 각각 2.3만 명, 5.9만 명 줄어 고용 취약층의 어려움은 지속됐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9%로 4월(2.1%)보다 둔화됐다. 농산물 가격은 △4.7% 하락했고, 석유류도 △2.3% 하락하며 전체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
올해 1~4월 누계 기준 통합재정수지는 △31.2조원, 관리재정수지는 △46.1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5.8조원, 18.5조원 적자폭이 줄며 재정건전성은 점진적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집행률은 38.1%로 예산 집행 속도는 평이한 수준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강세와 지방의 하락세가 뚜렷한 ‘이중 구조’를 보이고 있다. 전국 평균으로 보면 주택 매매가격은 소폭 하락했지만, 서울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4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02%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지만, 서울은 0.25% 상승했다. 특히 강남구와 송파구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컸다. 이는 학군 수요나 투자 심리 등 지역적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세 시장도 비슷한 흐름이다. 전국 평균 전세가격은 보합세(0.00%)였지만, 서울은 0.09% 상승, 특히 강남·강동·과천 등 고가 지역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나타났다. 전세 수요가 서울 강남권에 집중되면서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토지시장에서는 가격은 오르고 거래는 줄어드는 흐름이 뚜렷했다. 4월 전국 토지가격은 전월보다 0.18% 상승했고, 서울은 0.29% 올라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토지 거래량은 전년 동월 대비 7.7% 감소해, 가격 흐름과 달리 실제 수요는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주요국들의 경기 지표는 전반적으로 회복세가 둔화되거나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은 소비와 부동산 지표 모두에서 부진이 이어졌고, 일본은 수출과 산업생산 모두에서 힘이 빠졌다. 유로존도 제조업 중심의 반등 조짐이 일부 보였지만, 소비를 떠받치는 서비스업이 위축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월 집행되기 시작한 추가경정예산도 내수 회복을 일부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경기 회복, 소비 활성화 및 취약계층·소상공인 지원 등을 위한 추경을 속도감 있게 마련·추진하겠다"며 "미국 관세부과에 따른 우리 기업 피해지원 등 통상리스크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