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글로벌 주요국 대부분에서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한국은 전국 기준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서울 등 수도권은 예외였다. 지방과의 가격 격차가 벌어지면서, 우리나라의 주택가격 양극화는 주요국 가운데서도 특히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택시장 양극화의 경제적 영향’에 따르면, 서울과 지방 간 주택가격 격차가 글로벌 주요국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으로 벌어졌으며, 이는 물가, 건설경기, 금융안정 등 한국 경제 전반에 걸쳐 복합적인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013년 12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서울과 전국 평균 주택가격 간 상승률 격차가 무려 69.4%포인트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49.8%p), 일본(28.1%p), 캐나다(24.5%p)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수치다. 팬데믹 회복기에는 양극화가 다소 완화됐지만, 2023년 이후 서울 집값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지방은 하락세가 이어지며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한은은 이 같은 양극화의 근본 원인으로 △수도권 중심의 경제력 집중 △청년층 인구의 수도권 쏠림 △과거의 주택경기 부양책에 따른 공급과잉 등을 꼽았다.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은 2015년 이후 비수도권을 넘어 2024년 기준 53%까지 증가했다. 청년층의 수도권 순유입은 주택 수요의 지역 격차를 더욱 벌려왔다. 반면, 비수도권은 고령화와 청년 유출로 수요 기반이 약화된 가운데, 과거 분양물량 확대가 공급과잉으로 이어지면서 미분양이 누적되고 있다.
주택가격 양극화는 지역 간 체감물가 격차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체감 자가주거비는 월 229만 원 수준인 반면, 경북(51만 원), 전남(49만 원) 등 비수도권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수도권의 높은 주거비는 소비여력을 제약해 체감 물가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건설경기도 양극화 양상을 보인다. 수도권은 2024년 들어 건설업 취업자 감소세가 완화되고 건설수주도 회복세지만, 비수도권은 미분양 여파로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서울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누증되는 반면, 비수도권은 개발사업 부실과 지방은행의 고정이하여신 증가 등 금융 건전성 악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주택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방향으로 △수도권 대출 쏠림 억제 △비수도권 PF 부실 정리 △정비사업 활성화 및 신도시 공급 확대 △지역 거점도시 육성 등을 제시했다. 특히, 전국을 동일한 잣대로 보는 주택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지역별로 차별화된 거시건전성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수도권 주택가격은 여전히 상승 압력이 높은 반면, 비수도권은 공급과잉과 수요 위축으로 구조적 하락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양극화 완화 없이는 체감물가 부담과 소비 부진, 금융 리스크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