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3년 4개월째 기준선을 밑돌며 역대 최장 기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제조업 분야는 미국·중국의 경기 둔화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여파로 부정적 전망이 확산되는 반면, 비제조업은 추경과 휴가철 효과에 힘입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5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5년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94.6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2년 4월(99.1) 이후 40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밑돈 수치로, 부정적 경기 전망이 계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BSI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지표로, 100을 넘으면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비제조업 간의 온도차가 두드러졌다. 제조업 BSI는 86.1로 2024년 4월부터 16개월째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으며, 비제조업 BSI는 103.4로 전월(93.5) 대비 9.9포인트 상승해 7개월 만에 기준선을 넘어섰다.
제조업 세부 업종 중에서는 식음료 및 담배(112.5)만이 기준선을 상회했다. 목재·가구 및 종이(100.0)는 기준선에 걸쳤고, 나머지 8개 업종은 모두 100을 하회했다. 특히 비금속소재(54.5), 의약품(75.0), 섬유·의복(78.6), 기계 및 장비(81.0), 자동차(81.3) 등에서 부정적 전망이 뚜렷했다.
비제조업은 여가·숙박 및 외식(150.0), 운수 및 창고(111.5), 도소매(106.4) 업종에서 긍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하계 휴가철 수요 증가와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전기·가스·수도(89.5), 건설(95.3), 정보통신(92.9), 전문서비스(92.3) 등은 여전히 기준선을 밑돌았다.
부문별 BSI에서도 고용(95.2), 투자(93.2), 자금 사정(89.8), 내수(94.1), 수출(91.0), 채산성(94.9), 재고(103.7) 등 전 영역에서 부정적 흐름이 이어졌다. 특히 재고 지수는 100을 초과해 과잉 상태를 나타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추경 편성, 내수 부양책, 휴가철 특수 등이 서비스업 중심의 경기심리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면서도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중국 등 주요국의 성장 둔화 우려는 제조업 수출에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출시장 다변화, 통상 갈등 대응 체계 구축, 공급망 안정화 등을 통해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