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강율 기자] 사진전 《흐림 속에 머무르다 (Dwelling in the Blur)》가 2025년 9월 11일부터 9월 20일까지 갤러리 자인제노에서 열리며, 이번 전시는 도심 속 작은 공원을 무대로 하여 셔터를 열어둔 채 시간의 흐름을 포착함으로써 움직이는 존재는 꿈결처럼 흐릿해지고 정지된 풍경은 또렷하게 남는 장면 속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추상과 실존, 꿈과 깨어남이 교차하는 지각의 장을 드러내고, 이는 단순한 시각적 효과가 아니라 메를로퐁티가 말한 ‘지각의 살(flesh of perception)’처럼 보이지 않음이 현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며 동시에 들뢰즈가 언급한 ‘생성의 순간’처럼 존재와 부재가 흐릿한 경계 속에서 새로운 양식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보여주며, 바람이 억새를 흔들며 자신을 드러내듯 흐림은 결핍이 아니라 존재의 또 다른 층위로 현현하고, 이러한 시간의 붓질 속에서 관람자는 도시의 빠른 호흡과 공원의 고요한 리듬이 충돌하고 공존하는 긴장 속에서 자신의 기억과 겹쳐지는 환기의 경험을 하게 되며, 나아가 하이데거가 말한 ‘거주(Dwelling)’의 개념처럼 인간이 세계와 함께 호흡하며 머무는 방식에 대해 성찰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이번 전시는 흐림을 단순한 시각적 불완전성이 아닌 존재와 시간, 지각과 기억이 교차하는 철학적 현장으로 제시하면서, 관람객으로 하여금 잠시 머무는 호흡 속에서 존재의 본질과 시간의 깊이에 대해 다시금 사유하도록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