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메타가 구글의 AI 전용칩(TPU) 도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엔비디아 중심으로 짜였던 AI 반도체 구도에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증권은 27일 메타의 구글 TPU 활용 논의가 엔비디아 GPU 점유율에는 일부 부담을 줄 수 있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에는 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메타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데이터센터에 구글 TPU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TPU는 2016년 1세대(추론 전용) 이후 내부 서비스 추론 작업 가속화를 위해 개발이 시작됐고, 2017년 2세대부터는 학습(훈련)까지 지원하며 클라우드 고객에게 개방됐다.
최근 공개된 7세대 TPU는 HBM 용량이 직전 세대 대비 6배 늘어난 192GB를 탑재해 대규모 AI 모델 추론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으로, 이번 논의의 대상이 되는 칩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그동안 구글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 등 빅테크가 자체 ASIC(주문형 반도체)을 개발해 추론 영역에서 GPU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를 이어온 만큼, 추론용에서의 경쟁 심화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메타가 구글 TPU 도입을 고민하는 배경에는 일부 학습(훈련) 업무까지 TPU로 처리해 투자 효율을 높이려는 목적이 깔려 있을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엔비디아의 학습용 GPU 점유율에 균열이 생길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라고 짚었다.
또한, 메타 등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가 커진 상황에서 비용과 전력 부담을 낮추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도 함께 짚었다.
TPU는 AI 학습에 필수적인 행렬 연산에 최적화된 낮은 정밀도의 연산 구조를 바탕으로 속도와 전력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GPU처럼 다양한 AI 모델 학습, 과학 시뮬레이션, 그래픽 렌더링 등 범용 고정밀 연산에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훈련용 AI 영역에서 GPU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고, 일부 영역에서 TPU를 병행해 비용·전력을 낮추는 그림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엔비디아도 에이전틱 AI·피지컬 AI 전용 개발자 플랫폼(블루프린트, 옴니버스 등)을 앞세워 추론 영역 방어에 나선 만큼 양측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측면에서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진단이다. GPU가 여전히 HBM에 대한 의존도와 요구 스펙이 가장 높은 수요처이지만, ASIC 계열 칩 역시 세대가 거듭될수록 고용량·고성능 HBM 탑재 비중이 늘고 있어 “HBM 수요처가 다변화되는 효과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증권은 “전체 HBM 수요는 구조적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보이며, TPU 확대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엔비디아 GPU와 SK하이닉스 HBM에 부여돼 온 ‘독보적 지위’에 대한 프리미엄은 시장이 재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도전자들의 등장은 기존 강자 입장에선 불편한 요소지만, 이런 경쟁이 시장 자체의 성장 동력이 되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TPU 부각은 엔비디아·HBM 주가에 단기적으로는 눈치보기를 유발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론 AI 인프라 전반의 확대 흐름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