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준은 오랜 시간 자연과 예술의 교차점을 탐구해 온 작가로, 자연을 재현하거나 해석하기보다 자연이 이미 만들어 둔 형태와 구조, 그 안에 내재된 질서를 작품을 통해 드러내는 작업을 이어왔다. 나뭇가지, 씨앗, 열매, 잎 등 자연에서 채집한 재료들은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한 채 배열되며, 인위적인 조형처럼 보이면서도 실상은 자연 내부에 존재하는 성장과 순환의 리듬을 담아낸다.
작품 속에 반복되는 격자, 원형, 방사형의 구조는 자연이 지닌 보이지 않는 질서를 시각화한다. 각기 다른 크기와 방향을 지닌 자연물들은 동일한 규칙 안에서도 결코 같아지지 않으며, 이를 통해 작가는 자연이 스스로 생성하는 균형과 불완전한 조화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자연을 통제하거나 소유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질서를 조용히 바라보는 시간을 제안한다. 완결된 조형물이라기보다 시간과 환경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자연의 흔적으로서의 작품은, 관람자에게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