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미국이 조선·해양 산업 재건을 위한 ‘미국 해양 행동 계획(America’s Maritime Action Plan·AMAP)’을 공식화하면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대형주의 중장기 수혜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SK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AMAP에 한·미 조선 협력 프레임워크(MASGA)와 다척(多隻) 발주를 전제로 한 ‘브릿지 전략’이 담기면서 국내 조선사의 수주 기회가 확대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조선 업종에 대해 비중확대(Overweight) 의견을 유지하고 최선호주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1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83.06포인트로 전월 대비 0.67포인트 하락했지만, 중고선가지수는 197.87포인트로 0.88포인트 상승했다. 운임 강세와 선대 현대화 수요가 맞물리며 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개별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미쓰이물산(Mitsui & Co)으로부터 1만3000TEU급 컨벤셔널 컨테이너선 2척을 척당 1억6000만달러에 수주했으며, 인도 시점은 2028년 5월로 예상된다.
일본 해운사 ONE은 최대 22척 규모의 LNG 이중연료(LNG DF) 컨테이너선 발주를 추진 중으로, 한국의 HD현대와 한화오션을 비롯해 중국 양쯔장조선(YZJ), 상하이와이거오조선(SWS), 일본 니혼조선 등이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대형 LNG 프로젝트도 가시화되고 있다. 카타르에너지는 ‘LNG선 대규모 발주 프로젝트 3단계(Phase3)’를 추진하면서 약 70∼80척의 LNG선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 선사 다나오스(Danaos)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위해 최소 6척에서 최대 10척 수준의 LNG선 신조 발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업황 분석의 배경이 된 AMAP는 지난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E.O. 14269)을 기반으로 마련된 해양·조선산업 로드맵이다. 계획은 △미국 조선 역량 및 능력 재건 △해양 인력 교육·훈련 개혁 △해양 산업 기반 보호 △국가안보·경제안보 및 산업 회복탄력성 강화 등 4개 축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축별 세부 전략과 권고 정책이 담겼다.
이 가운데 국내 조선업 관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미국 조선 역량 재건’ 축에 포함된 ‘국제 및 산업 파트너십 활용’ 조치다. AMAP는 ‘경제외교 및 상호주의 무역협정(ART) 프레임워크 활용’과 ‘양자·다자 협정 촉진’을 언급하면서 한·미 조선 협력 이니셔티브인 MASGA를 명시했다. 계획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조선업 재건을 위해 최소 1,500억달러 규모 투자를 확보했으며, 상무부가 추가 재원 조달에 나서고 있다.
SK증권은 특히 AMAP에 포함된 ‘브릿지 전략(Bridge Strategy)’ 시사점에 주목했다. 브릿지 전략은 다척 구매 방식으로 선박을 조달하되, 계약 초기 물량은 한국·일본 등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해당 조선사가 인수했거나 파트너십을 맺은 미국 내 조선소에 직접 자본 투자를 병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선박 건조 거점을 미국 본토로 이전(Onshoring)하는 방향을 유지하면서도, 단기·중기 수요에 대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해외 조선소를 활용하는 ‘연착륙’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AMAP에는 이 밖에도 △전략상선단(SCF) 설립을 통한 국제 운항 선박 확충 △표준화·모듈식 선박 설계(군함 제외) 활용 △중국 조선업 견제 및 한국·일본과의 협력 강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지속적인 안보 보장 등 국내 조선사에 우호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SK증권은 “AMAP는 행정명령 기반 로드맵인 만큼 국무부, 국방부, 상무부, 교통부, USTR 등 관련 부처가 입법 없이도 기존 예산 안에서 구매 조달 방식 변경, 국제 협력 채널 가동 등 상당수 정책을 비교적 빠르게 집행할 수 있다”며 “해양안보신탁기금(MSTF) 신설이나 전략상선단 선박 구매 예산 등은 의회 논의가 필요하지만, 안보·조선 부문은 미국 내 초당적 합의가 가능한 영역인 만큼 한국 조선사의 미국 내 투자와 연계할 경우 입법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의 조선·해양 산업 재건 정책, LNG·컨테이너선 발주 사이클, 중국 조선업 견제 기조를 감안하면 국내 대형 조선사의 구조적 수주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최선호주로 제시하고 조선 업종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