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설아 기자] 기존 슈퍼컴퓨터 기반 해석의 한계를 넘는 양자컴퓨팅 의료 연구가 국내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서울시립대·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공동연구팀은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과 K5 글로벌이 공동 주관하는 국제 바이오·메디컬 양자 알고리즘 개발 프로젝트 '양자 혁신 캐털라이저 프로그램'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최종 선정됐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정정임·장수연 교수, 순환기내과 윤종찬·최영·승재호 교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 한경림 박사, 서울시립대 안도열 명예석좌교수 등이 참여했다. 미국 양자기술 기업 싱귤래리티 퀀텀과 미국 메릴랜드대 국립양자연구소, 아마존웹서비스, 핀란드 양자컴퓨터 기업 IQM도 기술 지원에 나섰다.
연구팀은 서울성모병원의 심혈관 CT 분석과 중재시술·심장 구조학 분야 임상 경험,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신호처리·데이터 분석 역량, 서울시립대를 중심으로 한 양자 알고리즘 개발 역량을 결합해 기초와 임상을 아우르는 다학제 연구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양자 혁신 캐털라이저 프로그램'은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IBM과의 공동연구를 기반으로 출범시킨 프로젝트다. 의료·생명과학, 디지털 헬스, 신약 발견·개발, 단백질 구조 예측 등 분야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풀기 어려운 생의학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다. 선정된 연구팀에는 12개월 동안 전문 연구진 자문과 함께 헬스케어·생명과학 연구 전용 IBM '퀀텀 시스템 원' 접근권이 제공된다.
이번 과제명은 '심혈관 CT-FFR 시뮬레이션 및 종양 미세순환 모델링을 위한 양자 알고리즘'이다. 연구팀은 양자 기반 유체역학 접근을 통해 기존 침습적 검사인 혈류 분획 예비력 검사를 비침습적 CT 영상 기반 분석으로 대체하는 한편, 이를 종양 내부 미세혈관망 혈류 분포와 항암제 전달 동역학 시뮬레이션까지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혈류 분획 예비력 검사는 관상동맥 협착이 실제 심근 허혈을 유발하는지 수치화하는 데 쓰이지만, 카테터를 직접 삽입해야 하는 침습적 검사라는 한계가 있다. 이를 CT 영상으로 대체하려는 연구는 이어져 왔지만, 기존 전산 유체역학 분석은 연산량이 방대해 임상 현장에서 실시간 적용에 제약이 있었다.
연구팀은 양자 알고리즘을 적용하면 환자별 맞춤형 실시간 위험도 분석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해당 혈류 해석 플랫폼을 정밀 종양학 분야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0 또는 1을 순차 처리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큐비트의 양자 중첩 특성을 활용해 병렬 연산을 수행한다. 연구팀은 이 특성을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기반 유체역학 시뮬레이션에 적용하면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구현이 쉽지 않았던 수준의 혈류 유동 모델을 고속·고정밀로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정임 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CT 영상만으로 혈류 분획 예비력 결과를 실시간 예측할 수 있는 양자 기반 플랫폼이 구현된다면 침습적 시술 부담 없이도 더욱 정밀한 심혈관 치료 전략 수립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찬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혈류 유동 모델링 방법론이 종양 내 미세혈관을 통한 혈류 분포와 항암제 전달 경로 분석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심혈관 분야를 넘어 정밀 종양학 영역에서도 새로운 임상적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